재판연기 위해 대법원장 압박
"특정사건 개입은 위헌·위법"
"선거운동 침해가 헌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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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오는 15일 선거법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 이외에도 6월 3일 대선 전까지 총 4번의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가장 규모가 큰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 1심은 이달 13일과 27일 두 차례 열린다. 위증교사 2심의 경우 20일 첫 공판에 이어 대선 본투표일인 다음 달 3일 결심이 예정됐다. 이 재판들은 모두 형사피고인인 이 후보에게 출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원지법에서는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사건 1심이 진행 중으로 두 사건 모두 27일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공판준비기일의 경우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필요는 없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2일 이후 5개 재판 모두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선거라는 국민 주권 행사에서 공정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민주당은 12일까지 이 후보 재판 중단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을 경우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탄핵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의 이 같은 요청에 대해 "국회가 대법원장에게 불법행위를 하라고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리 헌법에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법원장이 원칙적으로 하급심(1·2심)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하급심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가 된다. 헌법과 법원조직법에는 대법원장이든 법원장이든 그 누구도 특정 사건 재판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신영철 전 대법관이 법원장 시절 특정 재판을 빨리 심리하라고 개입한 것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국회의원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특정 후보의 재판을 멈추는 예외가 없었는데 왜 대통령 선거, 그중에서도 이 후보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조 대법원장이 이 후보 재판에 관여하는 순간 탄핵 사유가 된다. 법관의 독립성 보장은 사법부의 근간"이라며 "대법원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2심 무죄라는 기괴한 판결에 대해서도 결국 간섭하지 못했다. 2심 재판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 후보는 이미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의 선거 개입 논란이 가라앉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후보에 대한 무리한 재판 진행이 더 큰 혼란을 부를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선거 운동 기간에 재판을 강행하는 행위는 헌법 37조의 비례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재판은 일시 중단돼도 나중에 다시 할 기회가 있지만, 선거운동 기회는 한 번 침해받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