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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플레이브도 보통의 아이돌…신기할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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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인턴 기자

승인 : 2025. 04. 15. 12:00

연희동 '팬카페' 가보니…여성팬 한가득
"일반 아이돌과 다를 바 없어" 한목소리
전문가 "사람보다 콘텐츠 확장성 크다"
플레이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한 카페 앞.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왼쪽 상단)' 팬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차세영 인턴기자·블래스트
평일인 지난 10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한 골목은 유독 여성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바로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와 팬들을 연결하기 위해 상시 운영 중인 A 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A 카페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치열한 예매에 성공해야만 입장할 수 있어 이날 방문 기회를 잡아낸 팬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2023년 3월 데뷔한 플레이브는 단순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가상의 아이돌과는 다른 문법을 지녔다. 실제 아티스트들이 모션 캡처 장비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가상현실에 그대로 반영돼 생동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를 통해 플레이브 다섯 멤버는 음악방송, 팬미팅, 쇼케이스까지, 보통 아이돌과 다를 바 없는 스케줄 소화를 하며 커다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 발매된 세 번째 미니앨범은 초동(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하는 등 현재 최정상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날 카페 앞에서 만난 팬들은 기존의 K팝 아이돌 팬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30대 여성이라고 밝힌 황모씨는 "플레이브 2주년 팝업 때 전시했던 것들을 옮겼다고 해 구경하러 왔다"며 "카페에서 사진도 찍고 앨범도 구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팬 김모씨는 멤버 '노아'를 좋아한다며 수줍게 고백했다. 김씨는 "노아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 무엇보다 너무 귀여워서 입덕을 해버렸다"며 "10년 만에 좋아하게 된 아이돌이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늘 멤버 '밤비'가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인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였다.

플레이브
카페 곳곳에는 플레이브 멤버들이 남긴 손 글씨가 전시돼 있었다. 팬들은 이들의 흔적을 눈여겨보며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차세영 인턴 기자
카페 안 전시를 둘러본 팬들은 하나둘씩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멤버들을 모에화(동물 등을 인간에 빗대는)한 공식 굿즈, 일명 '므메미무' 인형이었다. 음료가 나오자 가방에서 인형을 꺼낸 한 여성 팬은 "없어서 못 구하는 인형"이라며 "이 카페에서 므메미무 인형이랑 음료 찍는 게 팬들 사이 유행"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만난 팬들은 '사람과 다른 게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한목소리로 "차이가 없다"고 했다. 플레이브를 좋아한지 일 년이 됐다는 한 20대 여성팬 김모씨는 "10대 때부터 아이돌을 좋아했다"며 "플레이브도 보통의 K팝 아이돌과 다를 바가 없는데 신기해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멤버들이 주기적으로 온라인 방송을 한다"며 "팬 서비스가 오히려 다른 아이돌보다 좋다. 오늘 저녁에는 침대에 누워서 멤버들 방송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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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공식 굿즈 '므메미무' 인형을 주문한 음료와 함께 놓고 찍은 사진들/차세영 인턴 기자
버추얼 아이돌을 일부 K팝 마니아 팬덤만 소비하는 '비주류 장르'로 여기던 것도 점차 옛이야기가 됐다. 실제 A 카페 입장권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마감되는가 하면 지난해 10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콘서트도 팬들로 가득 찼다. 또 다른 버추얼 그룹 '이세계 아이돌'은 5월 고척돔에서의 단독 공연을 앞두고 있다. K팝 걸그룹으로는 블랙핑크 이후 두 번째다. 지난 10일에는 버추얼 아이돌 최다 인원인 7인조 그룹 SKINZ(스킨즈)도 데뷔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에는 콘텐츠 확장성, 1020 세대의 새로운 콘텐츠 소비문화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보름 한성대학교 문학문화콘텐츠학 교수는 "버추얼 아이돌은 사람보다 콘텐츠 확장성이 더 크다"며 "과거에는 아이돌을 직접 만나는 물리적인 접점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는 그 자체가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버추얼 아이돌은 다양한 플랫폼에 자유롭게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들은 이상적인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며 "사건·사고에 대한 위험성이 낮은 만큼 팬들이 감정적으로 소모하거나 배신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차세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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