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홍대·이태원 곳곳 ‘도시 흉물’…불법 낙서에 손놓은 지자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411010006867

글자크기

닫기

김홍찬 기자

승인 : 2025. 04. 15. 10:38

홍대·이태원·노원 문화의거리 곳곳 불법 낙서 기승
비싸게 지워도 또 생기고 검거 힘들어 '사실상 방치'
홍대 벽화골목-김홍찬
11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상수역 인근 홍대 벽화골목. 관리주체가 없어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기존 그림 위에 무허가 그림이 덧칠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김홍찬 기자
서울 주요 번화가 곳곳에 무단으로 그려진 '그라피티'(길거리 벽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 허가 없이 건물 외벽이나 공공시설물에 그려진 불법 낙서이지만,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인지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 사이에서는 '관리되지 않는 도시 흉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거리 곳곳에선 그라피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홍대 벽화골목'으로 불리는 거리에는 벽뿐 아니라 건물 셔터, 전봇대까지 정체불명의 그림과 문구가 그려져 있었다. 선정적인 문구나 작가 사인, 해석이 어려운 상징들로 가득했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벽화는 건물주 허가 없이 그렸거나 공공시설물에 무단으로 그린 불법 낙서였다. 한복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어느 날 아침에 보니 가게 셔터에 래커칠이 돼 있었다. 돈 들여 지워도 다시 그리니 의미가 없다"며 "신고는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용산구 이태원과 노원구 문화의 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태원 도로 한 변압기에는 '낙서, 그라피티로 훼손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라는 구청 측 경고문 아래에 낙서가 버젓이 그려져 있었다. 지하철 7호선 노원역 인근 문화의 거리에도 건물마다 유성 스프레이로 그려진 불규칙한 낙서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피해 상인과 건물주는 '신고는 포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골목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것도 아니고 심야 시간대 외국인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경찰의 범인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야밤에 외국인이 몰래 그리고 도망가는 경우도 많아 경찰도 추적이 어렵다"며 "설령 잡아도 손해배상은커녕 처벌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사 사진-김홍찬
무허가 낙서가 그려진 용산구 이태원 도로 한 변압기(왼쪽)와 노원구 문화의거리 한 상가 셔터. /김홍찬 기자
현행법상 타인의 재산이나 공공기물에 허가 없이 낙서를 할 경우 재물손괴죄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공식적으로 '자유 벽화'를 허가한 장소는 여의도 나들목과 신촌 토끼굴 등 단 2곳뿐이다. 홍대 벽화 골목, 이태원 거리, 노원 문화의 거리 등은 지자체 관광 사업과 무관하게 자생적으로 형성된 곳으로, 행정상 관리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해당 낙서가 실제 소유주나 허가자의 동의 하에 제작된 것인지, 혹은 무단으로 그려진 것인지조차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행정기관 역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공기물에 대한 관리 문제도 복잡하다. 특히 전봇대·변압기 등 공공시설물은 한국전력·지자체 등 관리 주체가 제각각이라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봇대나 변압기는 한국전력이, 건물이나 상가는 각 소유주가, 도로나 터널 등 공공시설물은 관할 행정구(구청)가 관리 주체로서 대응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법적 조치나 대응책을 적용할지는 아직 검토해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