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게 지워도 또 생기고 검거 힘들어 '사실상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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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거리 곳곳에선 그라피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홍대 벽화골목'으로 불리는 거리에는 벽뿐 아니라 건물 셔터, 전봇대까지 정체불명의 그림과 문구가 그려져 있었다. 선정적인 문구나 작가 사인, 해석이 어려운 상징들로 가득했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벽화는 건물주 허가 없이 그렸거나 공공시설물에 무단으로 그린 불법 낙서였다. 한복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어느 날 아침에 보니 가게 셔터에 래커칠이 돼 있었다. 돈 들여 지워도 다시 그리니 의미가 없다"며 "신고는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용산구 이태원과 노원구 문화의 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태원 도로 한 변압기에는 '낙서, 그라피티로 훼손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라는 구청 측 경고문 아래에 낙서가 버젓이 그려져 있었다. 지하철 7호선 노원역 인근 문화의 거리에도 건물마다 유성 스프레이로 그려진 불규칙한 낙서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피해 상인과 건물주는 '신고는 포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골목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것도 아니고 심야 시간대 외국인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경찰의 범인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야밤에 외국인이 몰래 그리고 도망가는 경우도 많아 경찰도 추적이 어렵다"며 "설령 잡아도 손해배상은커녕 처벌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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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해당 낙서가 실제 소유주나 허가자의 동의 하에 제작된 것인지, 혹은 무단으로 그려진 것인지조차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행정기관 역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공기물에 대한 관리 문제도 복잡하다. 특히 전봇대·변압기 등 공공시설물은 한국전력·지자체 등 관리 주체가 제각각이라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봇대나 변압기는 한국전력이, 건물이나 상가는 각 소유주가, 도로나 터널 등 공공시설물은 관할 행정구(구청)가 관리 주체로서 대응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법적 조치나 대응책을 적용할지는 아직 검토해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