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첨단기술 한·미 협력 차질 우려
정부, SCL 효력발효 전 美 설득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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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전임 조 바이든 정부 시절이던 지난 1월 초 한국을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에 추가했다고 확인했다. 지정 효력은 다음달 15일 발효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등의 이유로 특별한 정책상 고려가 필요한 국가를 SCL에 포함시켜 왔다. SCL에는 이번에 추가된 한국을 제외하고 총 25개국이 올라 있는데, 이들은 '테러지원국', '위험국가', '기타 지정 국가' 등 3단계로 분류된다. 한국은 이번에 '기타 지정 국가'에 포함됐다.
SCL 지정 효력이 예정대로 발효될 경우, 원자력 기술과 같은 안보 관련 기술 공유가 제한되거나 첨단과학기술 분야 등에서의 인력 교류 및 공동 연구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에너지부는 에너지·원자력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데다 산하에 인공지능(AI), 원자력, 양자 기술 등 첨단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17개 국립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주요 과학기술 협력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과기부는 올해 미국 정부와 120억원 규모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SCL 효력 발효 시 적잖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현재 한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대해 새로운 제한은 없다고 밝혔으나, SCL에 포함된 국가의 국적자는 방문 전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에너지부 산하 국책연구소 등과 공동 연구 등을 진행할 때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된다. 때문에 원자력 및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연구·개발 협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일단 SCL 지정 효력이 발효되기 전 미국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들은 상호 협력 하에 현지 정부와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SCL 지정을 단행한 에너지부가 15만명으로 이뤄진 대규모 정부 기관인 만큼,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한 다각도의 접근을 시도하기 위함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번 주 중 미국을 찾아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과 양자회담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고, 방문 계획을 잡는 중"이라고 전했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을 방문할 계획을 알리며 SCL 해제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다만 과기부의 경우 미국에서 한국 과기부 장관의 카운터파트에 해당하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 인준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당장의 방문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과기부 관계자는 "아직 의제 등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 장관이 방미해 관계자들과 만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의 SCL 지정 효력 발효가 한 달 가량 남은 가운데, 현재 이뤄지고 있는 협력 사업의 변화 기조는 아직 감지되고 있지 않다. 이에 과기부는 관련 기관에 방안 마련을 주문하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함께 미국 에너지부와 소통하며 대응책을 논의 중에 있다"면서 "현재 과학기술 협력에는 문제가 없고,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과기부 관계자도 "미국 에너지부가 양국 간의 협력 사업에 제한은 없다고 전한 만큼, SCL 지정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 기관 차원에서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