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서초동 설왕설래] ‘재판 지연’ 칼 빼든 조희대 코트…‘고법 부장 승진제’도 부활하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9010009646

글자크기

닫기

김채연 기자

승인 : 2024. 11. 19. 16:30

2019년 김명수 코트서 도입…인기투표 전락 부작용 지적
법조계 "고법 부장 승진제 부활해야…업무유인 제도 필요"
clip20241119141850
2020년 1월 9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장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간담회에서 대법관이던 조희대 전 대법원장이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대법원이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 5년 만에 사실상 폐지하면서 법원의 최대 숙원 과제인 '재판 지연' 해소에 칼을 빼들었다. 법조계에선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인기투표로 전락한 현실을 지적하며 폐지를 환영함과 동시에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의 부활 또한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재논의될 필요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청저는 내년부터 전국 법원의 판사와 일반직 공무원 등 사법부 구성원들로부터 법원장 후보를 추천받아 법관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에 적임자를 임명할 방침이다. 사실상 추천의 형식만 남았을 뿐 투표 없이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의 법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앞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2019년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 아래에서는 지방법원 소속 판사들이 추천한 같은 법원 법관만 법원장으로 임명할 수 있었다.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행정 구현 및 이원화(지법과 고법 인사를 분리하는 방식)를 뒷받침하는 제도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해당 제도가 실제로는 '인기투표'로 전락하면서 법원장이 일선 법관들의 눈치를 보게돼 '재판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이 돼버렸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법원장이 사법행정적으로 지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부장 판사들 사이에서 소위 인기투표로 법원장을 정하다 보니 사실상 법원장이 일선 법관들에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라는 독려·충고와 같은 적극적인 행정에 나서긴 어려웠던 게 현실"이라며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법원장 추천제를 폐지한 것은 매우 적절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선제라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명목에선 맞지만 그 폐해가 사실은 너무나 많다"며 "대학 총장 직선제 또한 개혁의 걸림돌이 되거나 파벌 싸움 등 문제가 많지 않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일각에선 법원장 추천제의 도입과 함께 사법부 관료화를 부추긴다는 명목으로 폐지됐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 지연의 근본적 원인은 물론 법관의 부족도 있겠지만 법관들이 일하고 싶은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라며 "열심히 일하고, 정당하게 평가받고, 그러한 과정이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승진을 하는 것은 사람의 어떤 근본적인 욕망인데 김명수 코트에 들어서면서 이 같은 동력을 법관들이 상실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과거엔 사건을 밀리지 않으려고 밤새서 처리했던 법관들도 열심히 일하든 안 하든 변하는 게 없으니 '내가 왜 열심히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하게되면서 사건 적체가 심화된다"며 "승진제의 부작용이나 폐해들이 있다면 아예 폐지를 할 것이 아니라 법관들의 사명감과 소명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또다른 대안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의 이 교수 역시 "사건을 잘, 신속하게 처리하는 유능한 법관이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는 게 당연하다. 법관에게도 당근을 제안하는 업무 유인 제도가 필요하다"며 고법 부장 승진제 부활에 힘을 실었다.
김채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