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아닌 심화시켜 경제에 부담"
이날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개정안은 현행 상법의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위하여'라는 내용을 추가해 주주 보호를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동안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활동에 제약하는 대표적인 '반(反)시장 입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제계는 물론 상법 전문가들도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투자자와 이사 간 소송이 늘고, 주주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등 산업계가 혼란을 빚을 것이라고 경종을 울려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10대 기업 중 4곳이 외국 기관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경협을 포함한 경제 8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이사의 의사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확대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기업 경쟁력 하락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국부를 유출시켜 국민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우려와 읍소에도 野 '밀어붙이기'…尹 거부권에 막힐 듯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1일 이재명 대표에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와 마주앉은 손경식 경총 회장은 "정상적 기업경영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기업인들의 우려를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재계의 우려와 읍소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상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 발의했지만, 정부·여당과 경제계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수주주 피해를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올바른 해법도 아니고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 "기업과 소액주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상법 체계만 망가뜨리는 이런 포퓰리즘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