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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은 과밀과 주거난에 신음하지만, 지방은 소멸의 그림자에 갇혀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들이 한탄하며 외치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과 "지방에는 모이(좋은 일자리)가 없고, 수도권에는 둥지(주택)가 없다"는 현실은 이 공간적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웅변한다. 국토 면적 12%의 수도권이 88%의 비수도권을 삼키는 이 구조적 문제는 지방 청년들의 희망까지 앗아가고 있다.
이 상황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깊은 감동을 준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계급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백요리사는 풍부한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여유롭게 화려한 요리를 만들어냈다. 반면, 흑요리사는 언제나 부족한 재료 속에서 창의력과 생존 본능을 발휘해 새로운 맛을 창조해야 했다. 그런데 마침내 두 요리사가 같은 재료를 손에 쥐게 된 순간, 흑요리사는 그간 감춰왔던 실력을 폭발시키며 진정한 손맛을 드러냈다. 넘사벽으로 여겨졌던 백요리사를 뛰어넘어 우승을 차지했고, 자원이 충분히 주어졌을 때 얼마나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증명해냈다.
이 이야기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도와 놀랍도록 닮아있다. 수도권은 풍부한 자원과 우수한 인재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번영을 누려왔지만, 지방은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끈질기게 자립을 꿈꾸며 분투해왔다. 지방이 흑요리사처럼 창의력을 발휘해 생존해온 것은 감탄할 만한 일이지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면 지방도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바로 이 가능성에서 지방 부활의 희망이 싹틀 수 있다.
그렇다면, 흑요리사가 지방 부활을 위해 준비할 레시피는 무엇일까? 첫째는 첨단산업의 육성이다.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첨단산업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인공지능,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같은 신산업이 뿌리를 내린다면 청년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꿈을 펼칠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 첨단산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방을 혁신의 장으로 만들고, 지역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다.
둘째는 고부가가치 기업의 지방 유치를 위한 과감한 규제특례다. 기업이 지방에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의 장벽을 과감히 허무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도 기업 투자유치와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가 여전히 지방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 부활의 트리거로써 새로운 무대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무대가 진정한 성장의 장으로 변하려면 더욱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게임 체인지가 될 결정적 요소가 여전히 빠져있다.
규제특례는 마치 공연의 하이라이트에서 무대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과 같다. 이 규제의 장벽이 사라져야 기업들이 지방을 선택지가 아닌, 진정한 기회의 땅으로 바라볼 수 있다. 특구가 단순히 이름뿐인 공간에 머물지 않고, 지역발전의 진정한 동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규제특례를 통해 기업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바로 이 점이 지방투자촉진법의 제정이 시급히 요구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지방 고유의 특성을 첨단기술과 결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자연, 문화, 전통산업을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면 지방은 자생력을 갖춘 자립경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흑요리사가 부족한 재료 속에서도 최고의 맛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지방도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적절한 법적 지원과 혁신이 뒷받침된다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방은 이미 새로운 도약을 할 준비가 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힘을 모아 규제를 혁신하고 투자를 촉진한다면 "지방에는 모이가 없다"는 청년들의 한탄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성장하며 조화를 이루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방시대는 결코 헛된 꿈이 아니다. 지방 부활 레시피의 핵심은 기업의 지방투자를 촉진하는 관련 법률이 제정되는 것이다. 법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흑요리사의 레시피가 실행되는 그날, 우리는 진정한 균형발전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