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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의 통화와 재정정책 등이 내년도 금융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꼽았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재정적자 확대, 이민통제 강화 등은 미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란 예상이다. 이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금리와 원·달러환율 차이도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다음은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올 한해 우리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시는지요. 연말까지 경계해야 할 변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연초 강한 수출을 기반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국내 경제는 하반기 들어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둔화로 성장세가 더뎌지고 있습니다. 고용 역시 실업률은 낮은 수준이지만 취업자수 증가폭은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다만, 최근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인 2%를 하회하고 기준금리도 인하되면서 가계의 지출 부담이 완화된 점은 다행입니다. 미 대선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내년 글로벌 경제와 국내 경제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최근 IMF는 내년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에도 유로존·일본 경기 반등, 인도·아세안 등 신흥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올해 수준인 3.2%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경제는 고물가·고금리 부담이 완화되며 내수가 완만하게 개선되겠으나, 미국과 중국에 대한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품목의 수출 신장세가 둔화되면서 GDP 성장률이 2024년 2.3%에서 2025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2.0%로 낮아질 전망입니다.
▲내년 금융시장 및 자본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을 지목해 주시고, 지목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의 통화, 재정, 통상정책이 급변할 가능성이 내년 금융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관세부과), 감세안 연장(재정적자 확대), 이민통제 강화 등은 수입물가상승과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미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더뎌지고 미 국채금리가 높아지면서 달러화에는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 금리와 원달러환율에도 상방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미 연준을 시작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피벗을 단행했습니다. 금리인하 속도에 대해선 다른 시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미 연준은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상단을 5.50%에서 5.00%까지 50bp 인하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고용이나 경기지표가 양호하기 때문에 향후 금리인하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남은 두 번의 회의에서 각각 25bp씩 추가 인하하고 내년에는 분기별 25bp(25년 전체 100bp) 인하해서 25년말 기준금리는 3.25%로 예상합니다.
한국은행은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인하했습니다. 연말까지는 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동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는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률이 동반 둔화될 것으로 보여 연중 총 75bp 추가 인하하여 25년말 기준금리는 2.50%로 예측합니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특히 지나치게 반도체에 치중한 산업구조 또한 불안하게 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국은 수출 주도형 성장을 이루어 왔고, 수출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습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대만 등 경쟁국의 추격이 거세져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AI Chip 등 시스템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배터리·자동차·조선 등 여타 주력산업의 기술개발에도 힘써야겠습니다. 아울러 금융, 관광, 의료 등 서비스 산업 고도화를 통해 내수 성장 기반을 확충해 나가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내년 업종별 경기 진단을 하신다면, 호조업종과 부진업종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그렇게 지목한 이유 설명 부탁드립니다.
내년 호조업종은 조선, 해운업을, 부진업종은 철강, 석유화학, 건설업을 들 수 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는 부진한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업은 고부가/친환경 LNG 선박의 수주 증가와 풍부한 수주 잔량에 따른 판매 호조로 업황 개선이 예상되며, 해운업은 신조선 유입에 따른 운임 하락에도 상품 교역량 증가의 영향으로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 부진과 부동산 PF 구조조정 과정이 남아 있고, 해외 수주도 녹록치 않습니다. 철강업은 건설업 부진의 파급영향이 불가피하며, 특히 중국 내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화학은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확대 영향이 여전한 가운데, 고유가 기조가 이어져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우리 경제는 2000년대부터 중국과의 글로벌 분업을 통해 첨단 제품의 제조와 수출에서 부가가치 창출하면서 수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서비스 교역의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서비스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내수에 국한되었던 의료나 교육 등 서비스를 디지털화하여 글로벌 교역재로 변환한다면 국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계부채 문제는 지속적으로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현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또한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및 은행권 자율관리 강화에 따라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전월대비 축소되었습니다.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25년에는 3단계 스트레스 DSR도 시행되어 가계대출 증가세는 명목 GDP 성장률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장기적으로 주택공급대책이 효과를 나타내면 부동산시장의 투기적 수요가 억제되어 가계부채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 부동산시장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내년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경제를 옥죄던 부동산PF 시장은 언제쯤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올해 주택시장은 전국적으로 거래량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가격 측면에서 서울·수도권 집값이 큰 폭으로 반등한 반면, 비수도권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올해 9월부터 정부의 대출규제가 시행되고 공급확대 정책도 본격화되어 내년에는 양극화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부동산PF의 경우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금융권에서 보유한 지방/비주거용 사업장의 매각, 상각, 경공매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금융업권의 자본적정성이 양호하고, 충당금 확대와 선제적 자산 매각 등 부실우려에 대응한 조치들이 상당부분 이루어졌기 때문에 금융시스템 위험요인으로 파급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아울러 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PF 재구조화 펀드 조성이 늘어나면 부실 정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내년 주식시장은 어떤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시는지요. 또한 정부와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밸류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현재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내년 국내 주식시장에는 여러 요인이 혼재해 있습니다. 경제성장률 둔화, 반도체 peak-out 논쟁, 부동산 PF 구조조정 등은 부정적 요인입니다. 반면, 시장금리 하락, 밸류업 프로그램 등 긍정적 요소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정책 당국이 제도적으로 해소하려고 추진한 정책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자본효율성 제고와 주주 환원 방안을 고민하고 적극적인 IR활동으로 시장과 소통하려는 상장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앞으로 밸류업 지수 보완, ISA 지원 확대, 자율적이고 투명한 공시 이행 등 취지에 부합하는 실천과 지원이 뒤따른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 금융사에서 반복적으로 금융사고, 내부통제 부실사고가 반복되면서 국내 금융사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조만간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들어가는데요. 책무구조도 시행에 따른 기대와 함께 추가적으로 신뢰 회복을 위해 금융사들이 노력해야 하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tone-at-the-top, 즉 경영진의 의지나 태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금융사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강화나 보완도 중요하지만 기업문화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하에서는 아무리 잘 구축된 내부통제 정책이나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문화가 조직 내에서 태도와 행동을 결정하는 공통의 가치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신뢰받는 금융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 측면에서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