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를 즐기고 있다. /정재훈 기자
청명한 하늘 아래 따스한 가을 햇빛이 내리쬔 지난 10일 오후. 올해 '서울야외도서관'의 폐막 특별 프로그램 '잠시 안녕, 서울야외도서관'이 진행된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알록달록한 빈백과 텐트에서 독서에 열중하는 시민으로 가득했다.
4살짜리 딸에게 호랑이 목소리를 연기하며 동화를 읽어주던 노미연씨(45)는 "올해 야외도서관이 마지막이라는 소식을 듣고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며 "조용한 도서관에서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큰 소리로 읽어줄 수 있어 너무 좋다. 또 가을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으니 아이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출산을 앞둔 김성연씨(33)는 "자연광 아래에서 책을 읽으니 눈도 편하고, 고개를 들면 인왕산의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이보다 더 좋은 태교는 없는 것 같다"고 웃으며 "누군가 준비해 놓은 책을 읽으니 선물 받은 느낌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꼭 같이 와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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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를 즐기고 있다. /정재훈 기자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서울야외도서관은 도심 속 '야외 독서'라는 새로운 독서 모델을 제시하며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로 성장했다. 올해는 서울광장·광화문광장·청계천에서 운영했다. 특히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는 △성북구(동북권) △송파구(동남권) △서대문구(서북권) △구로구(서남권) 등 4개 자치구에서 확대 운영하며 자치구별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으로 시민과의 접점을 확대했다. 이날 시민들은 잔잔한 음악 선율을 들으며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책 읽는 가족·연인·친구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거나 종이로 된 해치 모자를 쓰고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아일랜드에서 온 로스씨Ross heffernan)는 영어로 된 '창덕궁'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경복궁과 북촌 한옥마을에 다녀오는 길에 야외도서관을 발견해 들렀는데, 아일랜드에는 이런 야외도서관이 없어서 매우 인상 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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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에서 폐막 프로그램인 영화 '이프온리'가 상영되고 있다. /정재훈 기자
특히 이날 '광화문 책마당'에서는 폐막 프로그램으로 영화 '이프온리'를 상영했다. 같은 날 청계천 '책 읽는 맑은냇가'에서는 여성 듀오 '발듀'의 공연이 열렸다.
여자친구와 함께 광화문 책마당을 찾은 강지훈씨(34)는 "'이프온리'가 제 인생영화라 여자친구와 함께 보고 싶어 사전 예매를 하고 방문했다"며 "영화를 여러 번 봤지만 탁 트인 하늘 아래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색다른 느낌일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함께 온 윤정연씨(33)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명작을 야외에서 볼 수 있어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서울야외도서관에서 사계절을 느끼며 독서에 몰입하는 순간을 즐겨주셔 감사하다"며 "내년 봄에 야심차게 준비한 야외도서관의 새로운 독서 프로젝트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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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책 읽는 맑은냇가'를 찾은 시민들이 독서를 즐기고 있다.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