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급발진 주장사고 83% 브레이크 안 밟아…“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필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30010017156

글자크기

닫기

원주 김남형 기자

승인 : 2024. 10. 30. 15:42

"인지오류·확증 편향적 사고가 가속페달에서 발 못떼게 해"
완전히 파괴된 차량…서울시청역 인근 대형교통사고
지난 7월 1일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사고 원인을 분석 할 수 있는 사고의 경우 모두 운전자의 페달 조작 실수가 원인으로 확인됐다. 고령자의 인지 오류에 따른 페달 오조작을 막을 장치를 도입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6월까지 급발진 주장 사고를 감정한 결과 334건 가운데 277건(83%)는 가속 페달 오조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차량이 크게 파손돼 감정을 할 수 없거나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가 없는 경우 등이 13.8%였다.

급발진은 '자동차가 정지 상태 또는 매우 낮은 초기 속도에서 명백한 제동력 상실을 동반하는 의도하지 않고, 예상하지 않은 강력한 가속'을 뜻한다. 이런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는 2020년 45건에서 2023년 105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 6월까지 66건에 달한다.

국과수는 EDR 기록을 중심으로 급발진 감정을 실시하고 있다. EDR은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은 기능을 하는 장치로, 충돌 5초 전부터 0.3초 뒤까지의 엔진 회전수, 가속·브레이크 페달 밟음 여부, 핸들 각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우정 국과수 법공학부 교통과장은 "일각에서는 EDR 기록 조작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읽기만 가능한 저장공간인 롬(ROM)에 저장돼 조작은 불가능하다"며 "전자제어장치(ECU)가 고장 나도 병렬관계에 있는 다른 제어장치에서 보내는 값이 참값이라 이를 부정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EDR 기록을 통한 차량 시뮬레이션도 진행하고 있다. 블랙박스 영상의 사고 상황과 시뮬레이션 상황이 일치한다면 EDR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페달캠(페달 부분을 찍는 카메라)에 찍힌 영상도 중요한 자료다. 국과수가 공개한 페달캠 영상을 보면 차량이 급가속 하는 순간 운전자들이 당황하며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 하지만 실제론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다. 사고 순간에 페달을 강하게 밟아 마찰력이 발생, 신발에 열변형 흔적(슈마커)이 남은 경우에도 급발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최근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경우 당시 운전자 차모씨의 신발 밑창에서는 가속페달의 흔적이 발견됐다.

전 과장은 "급발진 사고는 태양계 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정도의 천문학적 확률"이라며 "차량에 문제가 있고, 나는 완벽하다. 그리고 내가 밟고 있는 게 가속 페달이 아닌 브레이크 페달이라는 인지오류 내지 확증 편향적 사고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못떼게 한다"고 지적했다.

시청역 사고 운전자 차씨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줄곧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페달이 딱딱했고 작동하지 않았다"며 급발진으로 일어난 사고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과수 측은 전자식 제어장치 도입으로 제동장치에 오류가 났다는 메시지가 뜨더라도 브레이크 자체는 기계적으로 작동해 무조건 밟으면 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종혁 국과수 법공학부 교통과 차량안전실장은 "제동 시스템이 전자적으로 무력화된 상태에서도 제동 페달을 10mm 이상 밟으면 제동력이 무조건 들어오게 된다"며 "구동과 제동은 완전히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어떤 급발진 상황이 원인 모를 이유에 의해 발생했다 해도 제동 페달을 밟으면 무조건 차는 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제동 시스템은 차량 시스템에서 최후의 보루"라며 "엔지니어가 어떤 상황에서도 제동 페달을 밟으면 차가 정지하도록 설계를 했다. 가속과 제동 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가속페달 신호를 완전히 무력화하고 제동을 최우선으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국과수에 따르면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60대다. 이에 국과수는 고령 운전자를 위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 개발을 위해 관련기관과 협의 중이다. 일본의 경우 고령자의 운전 중 조작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초음파센서로 장애물을 감지해 출력을 제한하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가 장착된 차량의 판매와 구매를 장려하고 있다.

전우정 과장은 "노인의 이동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면허갱신 과정을 강화하고, 면허증을 반납할 땐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제조사 역시 인지오류를 예방할 수 있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등을 개발해 장착해야 하고, 정부도 이런 장치에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