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서초동 설왕설래] ‘난민 인정 판결’ 나와도…국가불복에 “99.7% 운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3010012880

글자크기

닫기

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10. 24. 12:00

2018년 ~ 2023년 판결문 1만8854건 검색
같은 기간 '소송으로 난민 지위 인정' 건수 51건
법조계 "법원 엄격한 판단 요해 인정받기 어려워"
'소송 장기화'로 생계 위협…'항소 자제' 목소리도
1286761450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게티이미지
최근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한국으로 온 우간다 여성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지만 국가가 항소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승소 비율이 1%도 되지 않는 난민소송에서 나온 법원 판단인 만큼, 국가가 이를 존중해 생계가 불안정한 난민이 하루빨리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4일 아시아투데이가 법원 인터넷 판결문 열람 시스템으로 '난민불인정결정취소소송'을 검색한 결과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총 1만8854건의 판결을 찾을 수 있었다. 같은 기간 소송을 통해 난민 지위가 최종 인정된 건수는 51건(0.27%)으로, 99.7% 가량이 패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통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렵다. 살던 나라에서 박해받았다는 증거 확보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 난민 희망자 스스로 모든 것을 입증해야 하고, 한 가지라도 어긋나면 패소할 정도로 엄격하게 판단된다. 변호사 조력을 받아도 소송 난이도가 높고 희망자 대부분은 제대로 된 조력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난민소송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는 법무법인 광장의 홍석표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받기 어려운 것처럼, 난민소송 역시 대부분 증거·진술이 일관되더라도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거짓말로 보고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본국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증거 입증에서 한계를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선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뚫고 나온 승소 판결만큼은 국가가 항소를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난민 희망자는 소송 확정 전까지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난민소송 진행 중엔 법무부에 별도 허가를 받아 체류하거나, 출국기한 유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인도적 체류자 지위(G1-6 비자)를 받으면 제한된 범위 내에서 단순 노무직만 취업 가능하며, 후자는 취업 자체가 제한된다.

문제는 난민소송이 통상 1심만 6개월에서 1년이 넘게 걸리고, 상급심으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최종 판단까지 2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소송 동안 생계를 잇지 못해 사지로 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1심에서 난민 승소 판결이 나오면 국가가 항소하는 게 다수"라며 "판결 확정까지 2년 정도는 걸린다. 최근 조력한 사례에서도 2022년 소송을 제기해 1심 승소했지만 국가가 항소해 올해 9월에서야 확정됐다. 입국부터 따지면 4~5년은 걸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장기간의 소송 동안 취업도 힘들어 경제적으로 생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며 "한번 난민 신청을 거부 받은 사람이 다시 신청을 하는 경우엔 체류 자격이 없어 핸드폰 개통도, 은행 계좌 개설도, 취업마저도 안 되는 상황도 다수"라고 덧붙였다.

한편 난민 단체들은 난민 재신청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난민법 40조 2항 등에 관한 헌법소원을 2022년 1월 접수한 바 있다. 하지만 2년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 차례의 변론 기일조차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임상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