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밤 10시에도 텐트천지… ‘불법대여’에 몸살앓는 한강공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3010012388

글자크기

닫기

박주연 기자 | 강다현 기자

승인 : 2024. 10. 22. 17:54

[르포] 무법지대 여의도 한강공원
철거시간 오후 7시 넘어도 텐트 대여
값싼 과태료에 무허가 노점들 활개
인력부족에 위반 사항 단속 쉽지않아
지난 21일 오후 8시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철거 시간 이후에도 텐트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다현 기자

"잔디 보호를 위해 오후 7시 이후에는 텐트 설치가 금지돼 있습니다. 즉시 철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1일 오후 7시 20분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계절광장. 서울시가 규정한 텐트 철거 시간(오후 7시)이 이미 지났지만, 공원 곳곳에는 20여 개의 텐트들이 눈에 띄었다. 텐트의 4면 중 두 면은 열어 놓아야 하지만 쌀쌀한 날씨 탓에 텐트의 모든 면은 닫혀 있었고, 심지어 '텐트 허용 금지 구역'에 텐트를 설치하고 한강의 야경을 즐기는 시민들도 보였다.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그늘막을 철거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4차례나 반복되고, 순찰차량이 계절광장 한 바퀴를 돌았지만 텐트를 정리하는 시민들은 2~3자리뿐이었다.

단속에 나선 시 소속 한강보안관들이 텐트 철거를 요청하자, 한 시민은 당황한 표정으로 "텐트 대여소에서 만원을 더 내면 하루 종일 빌려준다고 했다. 이제 빌린 지 2시간밖에 되지 않았다"라며 혼란스러워했다.
이보다 앞선 오후 5시 30분께 여의도 한강공원의 입구 인근에는 불법 텐트 대여소들이 줄지어 있었고, 철거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상인에게 "지금 텐트 대여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상인은 "당연하죠. 사용하시고 싶은 시간까지 이용하고 두고 가시면 저희가 치워드릴 수도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들 대여소가 모두 불법이라는 점이다. 허가 없이 운영되는 노점들은 철거 시간이 지나도 영업을 계속하며, 과태료 7만원을 '자릿세'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이 불법 텐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돗자리, 텐트 등을 빌려주는 불법 대여소들이 텐트 철거 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텐트를 대여하면서 공원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하천법에 따르면 하천 부지 내 텐트 설치는 지정 구역과 시간에만 허용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설치할 때는 두 면 이상을 개방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 한강공원의 텐트 규정 위반에 대해 꾸준히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대부분 계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과태료 부과 건수는 2019년 1건을 비롯해 2020년 1건, 2021년 7건, 2022년과 2023년 0건, 올해 5월 1건으로 단 10차례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과태료 최대액수인 100만원이 부과된 건 지난 2019년과 올해 등 단 2 건이었다. 반면 계도는 2022년 1만1345건, 2023년 6372건, 올해 2823건 등이 이뤄졌다.

특히 여의도 한강공원은 이용객이 가장 많은 만큼, 텐트 규정의 준수는 더욱 중요하다.

시 한강공원이 통신사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이용객은 1044만여 명으로, 11개 한강공원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계도를 하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진 철거에 협조한다"며 "올해 5월 과태료 부과 건은 시민이 철거를 거부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원 외 텐트 대여소는 저희 관할이 아니어서 단속할 수 없다. 또 한강보안관 인력 부족으로 모든 위반 사항을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시민 의식을 높이기 위한 홍보와 단속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주연 기자
강다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