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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홍익대학교 에서 만난 독일인 유학생 A씨(22)는 "한국에 와보니 일단 사람들이 너무 좋고, 한국 음식들도 엄청 좋아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같은날 고려대에서 만난 홍콩 출신 B씨(20)는 "미디어를 공부하고 싶은데 한국 미디어 산업이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유학왔다"며 "지금 공부하는 전공이 한국에서 일하면 좀 더 발전할 공간이 있을 것 같아 여기서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과 국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C씨는 "고등학교 때 미국 정부 지원 프로그램 중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4개월 동안 참여했다가 대학교까지 왔다"며 "5년 이상 한국어를 공부해 왔고, 4년동안 계속 살았으니 미국과 한국의 의식이 모두 있다. 미국기업보다 한국기업에서 더 가치있게 여겨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각 대학 캠퍼스에서는 오가며 마주치는 학생 10명 가운데 2명은 외국인일 정도로 유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국적도 아시아권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했다. 국내 총인구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어서서 올해부터 OECD는 한국을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했는데, 대학가는 이미 다문화 사회였던 셈이다.
올해 국내 대학을 찾은 외국인 유학생 수가 20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선 가운데 한국에 남아 일하기를 바라는 유학생이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실시한 외국인 유학생 국내기업 취업 의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9%가 한국 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으며, 졸업 후 계획 1순위로 한국 기업 취업을 선택했다.
국내 기업들도 유학생 등 외국인 채용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올해 하반기 공채에서 연구개발(R&D) 외국인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했으며, LG CNS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외국인이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 전형을 별도로 마련했다.
모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D씨는 "많은 회사들이 외국인을 뽑을 때 이미 취업비자나 장기체류 비자를 갖고있는 사람을 뽑는 걸 선호한다"며 "원래는 회사가 비자 발급 서류를 떼줘야하는데, 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 뽑는다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려는 E씨는 "최소한 석사(학위)가 있거나 1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취업비자가 나온다"며 "정부에서 비자 문제에 도움을 주고, 한국 회사의 영주권 지원 같은 제도가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유학생 비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학생은 어학연수·전문대·학사·석박사 등 과정, 학년, 한국어 능력에 따라 시간제 취업 시간이 정해진다. 학기 중에는 최대 25~35시간 근무할 수 있다. 주로 단순 통역이나 음식업 보조, 관광 보조 등에 일할 수 있고, 기업 인턴은 활동은 방학 중에만 가능하다.
이에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유학생은 재학 중 '시간제 취업 허가' 규정이 있어 인턴 등 취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유학생은 재학 중 인턴 활동을 통해 취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기업도 한국 기업 근무 경험이 있는 구직자를 선호하는 만큼 시간제 취업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유학생이 취업하려면 통상 '특정활동(E-7)' 비자 취득이 필요한데, 직종에 제한이 있고 임금 요건이 높다"며 "국내 기업에 취업하려는 유학생에 한해 임금 제한 없이 취업 비자를 취득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학생들은 일반 기업 취업 시 사무직, 해외영업직, 개발자, 통번역가, 광고·홍보 기획자 등으로 취업하는데 이 경우 전문인력비자(E-7-1)만 취득할 수 있다. 전문인력비자는 신청 가능한 직종이 67개로 제한돼 있고,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 이상이라는 임금 요건이 있어 중소기업이 유학생을 고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통계청 일자리행정통계 및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소기업 1년차 미만 신입직원의 평균 월소득은 207만원, 3~5년차는 259만원이다. 같은 시기 외국인 전문인력의 임금요건은 294만원으로 중소기업 신입직원 평균 월소득과 차이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