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소장 국보·보물 등 99점, DDP서 디지털 콘텐츠로 전시 "겸재 정선·추사 김정희 등 작품을 살아 움직이듯 구현" 새롭게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에서는 실물 원본 관람할 수 있어
미인도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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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이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몰입형(이머시브) &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전시 '구름이 걷히고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겹겹이 드리워진 천 너머에 미디어아트로 구현된 신윤복의 '미인도' 속 여인이 있다. /전혜원 기자
겹겹이 드리워진 천 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명과 신비로운 영상이 흐른다. 이 천들을 스쳐 지나가다 보면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속 여인을 만날 수 있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여인의 옷고름과 치마가 조금씩 흔들려 마치 살아있는 듯하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는 이처럼 우리 고미술을 흥미로운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몰입형(이머시브) &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전시 '구름이 걷히고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를 선보이고 있다.
4.미인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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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의 '미인도'를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공간의 모습. /간송미술문화재단
전시에서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보와 보물을 비롯해 99점을 디지털 콘텐츠로 볼 수 있다. 훈민정음해례본과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추사 김정희의 서화,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 '관동명승첩', '금강내산', 탄은 이정의 '삼청첩' 등이 미디어 아트로 새롭게 거듭났다.
미로처럼 이어진 전시 공간을 따라 걷다 보면 훈민정음 창제의 순간을 우주의 빅뱅 속에서 발견하고, 웅장한 관동 산수의 절경 속을 함께 노닐며, 때로는 고요한 부처의 자비에 잠겨 사유하게 된다. 평면의 그림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고, 추사의 붓질이 춤추듯 공간을 힘차게 가로지르며, 금강산의 사계절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변화하는 모습은 시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람객을 새로운 경험으로 이끈다.
금강내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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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 '금강내산'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모습. /사진=전혜원 기자
각각의 콘텐츠는 홀로 발화하며 영상미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움직임을 인식해 상호작용으로 이어진다.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공간은 흑백에서 컬러로 물들어간다. 그림의 한 장면이 현실 세계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키네틱아트, 모션그래픽, 라이다 센서 등의 다양한 기술력을 도입했다.
'혜원전신첩'의 그림 30점을 활용한 공간에서는 마치 혜원의 그림 속에 들어가 기생과 서생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 이정의 '삼청첩'을 보여주는 전시장에는 금니로 그린 대나무와 매화, 난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먹빛 파도로 해석한 공간에서는 묵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등 공간마다 전문 조향사들이 콘셉트에 맞춘 향기도 더했다.
5.혜원전신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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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의 '혜원전신첩' 그림 30점을 활용한 공간./간송미술문화재단
간송미술관과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DDP 개관전 '간송 전형필'에서는 구범석 감독과 함께 간송의 일대기와 심사정의 '촉잔도권'을 디지털 미디어로 선보였다. 이어 2017년 '바람을 그리다' 전시에서는 위지윅 스튜디오와의 작업으로 '혜원전신첩'과 '해악전신첩'을 새롭게 재해석한 미디어 작품을 내놓았다.
이러한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시도는 우리 유산을 사재를 털어 지켜낸 간송 전형필의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의 21세기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고미술을 보다 흥미롭게 풀어낸 이번 전시는 가족 관람객뿐만 아니라 MZ 세대들과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8.체험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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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걷히고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체험존. /간송미술문화재단
한편 간송미술관은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삼덕동 대구미술관 옆에 대구간송미술관을 새롭게 개관했다. 국보와 보물 40건 97점을 소개하는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에서는 이번 미디어아트 전시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소개된 작품의 실물 원본을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