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 요인은 충분하다. 내수 경기 진작의 필요성과 물가 안정 측면만 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건의 조성, 정부·여당의 금리 인하 압박, 그리고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한은 금통위가 이처럼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미룬 것이다.
이는 그만큼 대내·외 변수가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한 부동산·금융시장에다 미국 등 주요국 대통령 선거,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격화 양상을 띠고 있는 중동 전쟁 등 대외변수가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기에 그렇다.
특히 부동산 가격 급등과 부동산 구매 열기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이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라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보름 사이 4조1795억원 급증했다.
한은이 현재 역대 최대인 미국과의 금리 차(2.0%포인트), 부동산 가격 및 가계 대출 급증 등 불안 요인을 감안해서 역대 최장기간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제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점을 단 한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만큼 통화 당국은 미 연준의 9월 피벗 여부와 금리인하의 폭 등을 확인하고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변수를 최대한 고려해 적절한 금리 인하의 시기와 폭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너무 앞서가도 안 되지만 실기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잘 명심하기 바란다.
현재 미국 연준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통상적인 0.25%포인트 인하가 아니라 0.50%포인트 빅컷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과 글로벌 주가 급등락, 엔캐리 자금 청산 등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잘 모니터링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10월 11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는 이런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해 실기(失機)하지 않는 현명한 기준 금리 조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