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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이 문장을 접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은 비록 필자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6·25 전쟁 후 먹고살기조차 힘들었던 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정부가 개인의 삶을 책임져 준다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렸고, 실현 불가능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시험에 출제되는 내용이니 무턱대고 외웠다.
비버리지가 주장한 게 1942년이니 그 후로부터 8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이니,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니 하는 찬사를 들으며 경제에 관한 한 폭풍 성장을 했다. 이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한 일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게도 세계 경제 10대 국가로 도약한 지금 경제활동인구가 내는 세금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얼마든지 국민에게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를 제공할 수 있는 형편이 됐다.
그런 세금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를 따라다닌다. 무조건 세금을 뜯긴다는 생각보다는 세금의 혜택을 국민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태어난 직후부터 죽을 때까지 촘촘히 짜인 세금 체계 안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갓난아이가 먹는 우유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비롯해 직장을 다니면 소득세, 형편이 펴 집을 사면 취득세 및 등록세, 큰 집으로 옮기면 양도소득세 등을 내야 한다. 숨이 막힐 정도로 다양한 세금의 굴레 속에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평생 세금을 내다 보면 생을 마감하는 날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온다. 그때 마지막으로 상속세를 내게 된다. 상속세는 '사망에 의해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국가에 내는 국세이며 누구나가 내야 하는 보통세다. 사망한 부모 재산을 받았으면 납세 의무자인 자녀 등은 상속 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를 자진 신고·납부해야 한다. 세금 낼 여력이 안 되면 현물을 넘겨야 한다.
세월이 흘러 부동산가격이 치솟으면서 5단계로 돼 있는 재산가액과 상속세율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숱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상속세율을 조정하고 과세대상 재산가액도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부자 감세' 논란에 휩싸여 전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상속세 납부를 몇 차례 하면 재산이 아예 없어진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실거주 1주택에 한해 종합부동산세를 제외하자"고 주장하면서 자산에 대한 세금 부과 체계 손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주장은 곧바로 여당인 국민의힘으로 옮겨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를 낮추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야당이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은 상속세 완화가 부자 감세에 해당된다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상속세율과 과세 대상 재산가액의 전면 재조정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선진국 경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정 가액 이하 집 한 채 물려주는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옳다. 부자 감세 논란은 과세 대상 재산가액과 상속세율의 미세 조정을 통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주위로부터 부자소리를 듣지 않는 국민 대다수가 상속세 고민이나 부담 없이 생을 마감하는 시기는 언제쯤 올까.
남성환 (아시아투데이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