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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재치 있는 입담으로 청취자들을 즐겁게 만드는 노중훈은 '찐' 여행자다. '여행신문' 기자를 거쳐 1999년 4월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을 여행지를 방랑하는 삶을 살았다. 여행지의 목록이 켜켜이 쌓이는 동안 그가 만난 풍경과 음식도 그만치 쌓였다.
여행 에세이는 처음이다. 이 전에는 '할매, 밥 됩니까' '식당 골라주는 남자' 등을 통해 여행지의 밥상을 수더분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담았다.
'풍경의 안쪽'은 다정한 시선이 담긴 사진과 유려한 문장으로 '풍경'을 전한다. 1부 압도의 풍경에선 여행자를 압도하는 다섯 곳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웅장한 붉은 빛의 미국 유타 모뉴먼트 밸리와 방대하고 강력한 물줄기가 천둥처럼 울어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폭포, 집채만 한 고래가 큰 날개와 꼬리를 첨벙거리며 맹렬한 물보라를 튀는 캐나다 노바스코샤 등이다.
2부 느림의 풍경에선 속도를 늦춰 여행지 골목골목, 어귀를 톺아본다. 3부 예술의 풍경을 통해 건축, 회화, 와인까지 다채로운 여행지의 이야기를 펼친다. 스페인 발렌시아부터 폴 세잔과 고흐의 생애가 아로새겨진 프랑스 프로방스, 그리고 포도 향 물씬 풍길 것 같은 와인의 메카 프랑스 아키텐까지 다양한 예술만큼 오랜 시간을 거쳐 전해지는 여행지 곳곳의 이야기 또한 여행지의 풍경임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으로 4부 사람의 풍경에선 사람을 이야기한다. 이방인 신분으로 걸어 들어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일상을 풍경처럼 담았다. 노중훈 지음·320쪽·상상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