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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리아노보스치지에 따르면 올렉시 다닐로프 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부다페스트 각서 상 미국 보증을 뜻하는 미국 대통령의 서명은 가치 없었다"면서 "(전쟁 발발로 인해) 결과적으로 미국 대통령 서명의 의미는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이전부터 몇몇 키이우 대표들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 반복적으로 유감을 표했다"며 "핵무기를 제조하자는 제안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부다페스트 각서 및 서방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우크라이나 내부 강경파에게 핵무장 명분을 제공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는 지난 1994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구 소련 3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미국, 영국간 체결된 각서다. 1991년 갑작스런 소련의 해체 직후 당시 우크라이나에 잔존한 소련제 핵미사일은 176개, 핵탄두는 1800여기로, 핵 전력 자체로 보면 세계 3위권에 해당하는 보유량이었다.
우크라이나 독립 초기에는 핵무기를 그대로 보유해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으려는 내부의 목소리가 일부 있었지만, 자체적인 핵무기 운영 및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또 미국의 제재 압박이 있자 당시 레오니드 크라브추크 초대 대통령은 부다페스트 각서에 따라 최종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주권과 안전보장을 약속받고 핵무기는 러시아로 반환하고 미국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갈등은 끊이지 않았고, 특히 2014년 크림반도가 러시아에게 귀속되자 우크라이나 내부에선 부다페스트 각서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와 실효성 의문이 강경파으로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국가 안보 및 국장 장관은 2018년 "현대세계에서 약자는 고려되지 않는다. 핵포기는 우크라이나의 역사적인 실수"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발발 직전(2022년 2월 20일) 제 58차 독일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안보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핵무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과거 핵무기 포기 결정을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