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핵무기 경쟁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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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CTBT 비준 철회 법안을 2·3차 독회(심의)에서 모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법안은 오는 25일 상원을 거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받으면 발효된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은 CTBT 비준 철회 결정에 대해 "미국의 부정행위와 냉소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면서 미국이 오랜 기간 이 조약의 비준을 미뤄 힘의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전적으로 미국의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자국민 보호를 위해 CTBT 비준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6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CTBT는 대기권, 우주공간, 지하 등 모든 장소에서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으로, 러시아는 같은 해 이 조약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다. 반면 미국은 이 조약에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 않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러 갈등이 고조되며 러시아도 자국 안보를 위한 비준 철회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당초 러시아는 비준을 철회하더라도 서명국으로 남아 국제 모니터링 기구인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에 자료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법안 소개에서 볼로딘 의장은 전면 무효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CTBT 비준 철회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핵무기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조약 비준 철회 결정을 규탄하고, CTBT의 취지와 목적을 훼손하는 러시아의 도발에 적절이 대응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꾸준히 핵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핵 우려를 고조시켰다.
올해 초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를 대비해 러시아도 모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에는 러시아 내에서 커지는 핵실험 재개 열망을 인지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날도 푸틴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 일정을 소화하면서 일명 '핵가방'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든 해군 장교와 동행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경각심과 불안함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CTBT 비준 철회가 세계 안정을 약화시키고, 핵무기 경쟁을 완화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은 조약 비준 자체에도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러시아의 잠재적 CTBT 이탈을 비판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