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사는 이어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에 대해선 "그런 논의들이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조금씩 더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만큼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지역에서 안보적 도전 요인이 커지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생생한 분위기를 있는 대로 전달했는데 이제 정치권이 여기에 답을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길어지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대돼 전선이 넓어진다면 미국으로서는 북 비핵화에만 집중할 수 없다. 최악의 가정이지만 중국 시진핑이 대만을 침공하고, 북한이 남한을 향해 작은 도발이라도 한다면 미국의 힘은 더욱 분산된다. 이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는 중대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는 끔찍한 시나리오다.
조 대사의 지적처럼 북 비핵화 열의가 식고, 전선이 분산되면 최고 수혜자는 북한일 것이다. 북한에겐 유엔 안보리와 서방의 제재를 피해가면서 핵무기 고도화 야심을 이룰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비핵화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다면 결국 한국에 대한 핵 위협만 커진다. 우리로서는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서 이스라엘로 옮아간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미국에서 비핵화 논의가 식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하고,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정치권이 하나가 돼야 한다. 이스라엘 정치권이 전쟁 상황에 직면하자 연정으로 하나가 됐는데 우리도 바로 이런 모습이 필요하다. 또 비핵화 실패, 북한 핵 도발이나 하마스 같은 기습공격에 대비한 비상계획 마련도 시급하다. 우리 정치권과 국민은 조 대사의 말을 엄중한 경고로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