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이런 의구심이 제기될 때마다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이유로 국정원의 보안 점검도 감사원의 감사도 거부해 왔다. 결국 선관위는 자체 보안 점검을 하고서 보안점검 결과 보안점수가 100점 만점이라고 국정원에 통보했었다. 그러나 국정원이 보안 전문기관과 재평가한 결과, 이런 자체 평가가 엉터리였음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변명에 급급했다.
사실, 선관위가 자녀 채용비리 문제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을 때 본지는 검찰이 구국의 심정으로 부정선거 의혹까지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주장한 바 있었다 (9월 26일자 사설 "검찰, 구국의 심정으로 부정선거 의혹까지 철저하게 수사하길"). 자녀 채용비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정도로 기강이 무너진 조직이 선거를 엄정하게 잘 관리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번 점검의 결과, 선거인명부 조작이 가능하고 유령 유권자를 만들 수 있었다니 부정선거를 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준 것과 다름없다. 사실 선관위의 변명은 도둑이 들 수 있도록 문을 잠그지 않고 활짝 열어놓고서는 물건을 잃었다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는 셈이다.
선관위의 선거관리가 '소쿠리 투표' 사건으로 확인되었듯이 너무나 허술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선관위가 엄정한 선거관리라는 막중한 책임을 완전히 방기해 왔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그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 총선 이전에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선거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