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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매체 웨스트프랑스는 20일(현지 시각)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에 이어 3대 대형마트 체인 또한 더 이상 기름을 원가 아래로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산유국의 지속적인 감산 정책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프랑스 국내 유류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엘리자베스 본 총리는 대형 주유소 운영 기업들에 "기름을 원가 아래로 판매할 수 있게 일시적으로 허가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종종 기름값이 높아지는 상황마다 기름을 판매하는 대표 기업들에 저렴하게 국민들에게 기름을 제공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러나 총리 발표 며칠 후인 19일 토탈에너지 CEO인 파트릭 푸아야네는 "현재 국내 토탈에너지 주유소에 책정된 가격인 리터 당 1.99유로(2838원)보다 더 내릴 수 없다"라며 정부의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 토탈에너지는 프랑스 전국 주유소의 1/3(3400개)을 운영하는 대형 에너지기업이다. 푸아야네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리터당 1.99유로를 내년까지 고정할 수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토탈에너지 CEO의 거절 이후 20일엔 프랑스 국회에서 고유가 상황과 관련해 위원회가 열렸다. 정부는 기름을 판매하는 대형 기업에 집단적 노력에 동참해달라는 의미에서 해당 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위원회에 참석한 프랑스 3대 대형마트체인(까르푸·르클레흐·앙터막쉐) 대표들 모두 토탈에너지를 따르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까르푸 그룹 CEO이자 프랑스유통상업협회장 알렉상드르 봉파르는 "이미 우린 이윤 없이 기름을 고객들에게 제공해 오고 있다"며 "원가 아래로 기름값을 책정하면 유통 업계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르클레흐 그룹의 공동 회장인 필립 미쇼도 "우리 회사는 손해 보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라며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기름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네 번째로 큰 대형마트체인 시스템U의 회장인 도미닉 셸셰 또한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우린 원가 아래로 제공하는 품목이 많다"라며 "우리 기업의 재정상 원가 아래로 기름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타 업체들과 의견을 같이했다.
소득 없는 위원회가 끝난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모두가 고유가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하고 또 노력할 수 있다"며 "구매력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가 집단적 노력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