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경찰이 치안만 담당하진 않는다. 2년 전,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수사권까지 가져오게 되면서 수사업무가 폭증했다. 문 정부 말기, 경찰관을 2만명 가까이 증원했지만, 인력부족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얼마 전 국무총리 업무보고에서 의경부활이 검토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찰의 기본 업무는 치안이다. 치안을 등한시하고 결코 수사를 잘할 수 없다. 그런데도 경찰은 2년 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력을 키우는 데만 집중해 왔다. 그러다 보니 발로 뛰어야 할 현장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책상에 앉아 법조문을 들여다보는 인력이 더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 최근 잇따른 '묻지마 범죄'에 우리 경찰이 초동대처에서부터 무기력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모든 현장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고, 101개 기동대에 흉기 대응 장비를 신규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또 상황별 대응 제압 훈련이나 모의훈련 시스템을 도입해 어떤 긴박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치안 역량의 배양을 강조한 것도 치안이 경찰의 본업임을 환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치안 중심의 경찰 조직 개편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다. 수사는 인력이 많다고 잘하는 게 아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2만명 가까운 경찰관이 늘었다. 그런데도 초라한 치안 성적표를 받은 것이라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대대적인 조직 혁신에 나서야 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