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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매체 르파리지앙은 23일(현지시간) 불법 마약 거래 도중 발생한 어린이 총격 사망사건으로 대마 합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격 사망사건은 지난 21일 밤 11시30분께 프랑스 남부 님에서 발생했다. 당시 시내를 운행 중이던 삼촌 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10세 남자 어린이가 대마 불법 거래에 연루된 삼촌을 노린 갱단의 총격에 사망한 것이다.
님 지역 수사대의 발표에 따르면 당시 범행을 저지른 총격범은 최소 4명으로 이들은 범행 직후 훔친 차를 타고 도주했다. 제랄드 다르마낭 내무부 장관은 "이 비극을 빚은 범죄자들을 찾아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사건은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 논쟁을 끌어온 '대마 합법화' 여부에 대한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사건 발생 직후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님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라프랑스앙수미즈 정당의 마누엘 봉파르은 BFMTV와의 인터뷰에서 "오락적 목적의 대마를 합법화할 경우 불법 마약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유럽 각국은 저마다 대마 소지 및 흡연에 대해 다른 규정을 갖고 있으며, 처벌 또한 벌금형부터 징역형까지 다양하다. 독일의 경우 지난주 오락적 목적의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법안이 제출돼 국회에서 논의된 후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몰타와 룩셈부르크는 각 2021년과 2023년에 대마의 오락적 사용을 허가했다. 반면 알코올이나 흡연처럼 나이 제한을 뒀다. 몰타에선 18세 이상인 경우 7g 이상의 대마를 야외에서 소지할 수 있고, 집엔 50g까지 보관할 수 있다. 또 집에서 기를 수 있는 대마의 화분 개수도 4개로 정해져 있다.
대신 공공장소에서 대마를 피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해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대마 흡연 시 235유로(34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며, 특히 미성년자 앞에서 대마 흡연 시 벌금은 300~500유로(43만~72만원)다.
룩셈부르크 또한 집에서 대마 화분 4개까지 기르는 것이 허용되며 3g까지 소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을 어길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과 25만 유로(3억 6212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라트비아의 경우 대마 소지 적발 시 280유로 벌금, 사이프러스의 경우 8년 징역에 처한다. 스페인의 경우 좀 더 복잡한 규정을 갖고 있다. 사적인 장소에서 흡연하는 것은 괜찮지만 공공장소에서 흡연하거나 소지하다 적발 시 최대 3만 유로(한화 4345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한편 유럽에서 오락적 목적의 대마 사용은 특히 프랑스와 스웨덴이 엄격한 규정을 갖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20년부터 대마 소지 적발 시 범죄 기록이 남아 전과자가 되며 고정 벌금은 200유로다.
그러나 EU 소속 27개국을 살펴보면 의료용으로 대마를 허용하는 국가는 21개국에 이른다. 프랑스에선 의료용 대마 사용 또한 엄격한 편으로 치매 환자나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 등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서만 2024년까지 한시적으로 합법이다. 사회학자인 마리 조프레-로스티드는 "프랑스에서 의료용 목적의 대마 흡연도 2024년까지만 합법"이라며 "아직 오락적 목적의 대마 합법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