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 오르는 데 그쳤다. 작년 12월 5.0%가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등 둔화세가 이어졌다. 2021년 6월 이후 꼭 25개월 만에 맛보는 최저 물가였다. 유류가격 인하가 일등 공신이지만 물가가 내린 것은 좋은 현상이다.
구매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 생활물가지수도 1.8%만 상승했는데 2021년 2월 1.7% 이후 29개월 만에 1%로 내려간 것이다. 품목별로는 경유 33.4%, 휘발유 22.8%가 내렸다. 석유류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1.5%포인트나 낮췄다. 유가가 큰 폭으로 내리지 않았다면 물가상승률 2.3%는 달성이 어려웠을 것이다. 농축수산물은 전월 대비 1.7%가 올랐다.
물가가 2.3%로 떨어진 것은 물가와 금리 사이에 고민하는 추경호 경제팀에겐 한 줄기 빛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의 기저효과를 생각해야 하고, 최악의 폭우로 인한 농산물 피해가 8월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휴가철이 끝나면 곧 추석이 오기 때문에 물가상승 압박은 거세진다. 방심하면 물가는 언제든지 고개를 든다고 봐야 한다.
물가 당국은 8~9월의 계절적 요인과 국제 유가 변동으로 물가가 3%대로 다시 올랐다가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를 또 올릴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한국의 물가안정은 장담하기 어렵다. 방심하지 말고 농산물 가격과 추석 물가, 미국 금리를 챙기면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저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