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문제 출제 인사는 방송 등에 출연해 출제 경험을 상세히 설명하는 홍보행위를 서슴지 않았으며 대형 학원들은 이들을 영입해 '킬러 문항' 등을 통해 초고가 학원비를 챙겼으며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를 사실상 묵인, 방조해 왔던 것이다. 삼위일체의 '이권 카르텔'이 '킬러 문항' 등을 생산해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했으며 특정지역과 계층의 학부모와 학생이 여기에 참여하는 형태로 '사교육 카르텔' 구조가 완성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출제진에게 참여 사실을 포함해 출제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비밀을 지킨다는 '서약서'를 받는다. 문제는 출제 경력 인사가 자신의 경력을 내세우며 학원 강사로 활동하거나 모의고사를 파는 등 서약서를 위반한 사실이 여러 차례 드러났는데도, 평가원이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권 카르텔'이 민간의 수능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라는 국가기관이 일종의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완성됐다는 점에서 교육부 등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수능과 내신 등에서 '킬러문항'을 없애는 대신 변별력을 가려낼 수 있는 보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권 카르텔'을 해체하고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책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이권 카르텔'을 둘러싼 부패구조가 의심되는 만큼 검찰의 철저한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쟁 위주의 현행 대입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성적 향상'과 변별력을 명분으로 '킬링 문항'을 양산하는 현재의 카르텔 구조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