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고] 독과점적 플랫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협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126010012647

글자크기

닫기

논설심의실

승인 : 2023. 02. 01. 13:42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AI는 중립적인가?' 저자
네이버 등 플랫폼, 개인 구미 정보로 확증편향 강화
음모론·편향정보 확산, 진실 구별 시민 능력 저하
사회적 신뢰상실·정치적 분열,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협
박재형
박재형 재미 정치학 박사
대중매체 시대의 뉴스 사업은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정보의 흐름을 거의 독점함으로써 시민에게 중요한 기능을 했다. 뉴스 사업은 공공 문제에 대한 정보를 걸러내고 편집했다. 이러한 변화 과정은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평범한 시민이 민주주의 체제의 공적 영역에 과거보다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디지털 미디어는 과거의 매체들과 달리 대중의 지적 한계와 편견을 받아들였으며 나름 잘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는 언론으로서 정상적인 여과 장치와 편집 과정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렸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이루는 대중의 기본적인 인식까지 바꿔버렸다.

한때는 전문 언론인이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로 제기되는 많은 주장을 평가하고 체로 걸러내는 '필터링' 역할을 담당했다. 이용자는 정치권이나 기업보다 언론의 그러한 역할에 강한 신뢰를 보냈다. "신문에서 봤어", "TV 뉴스에서 봤어"라는 말은 특정 정보의 정확성과 그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변화한 환경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라는 역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 이러한 역할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한국에서는 네이버 같은 대형 콘텐츠 제공자가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개인이 가장 쉽고 편하게 입맛에 맞는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해주며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의해 "닫힌 방 안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소리만 듣는다"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기업은 이 문제를 알면서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할 궁리만 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더욱 찾기 어려워진다.

기술은 개인이 받는 정보를 맞춤화해 제공하기 때문에, 각각의 개인은 주요 방송사나 전국 및 지역 신문의 뉴스를 접할 때처럼 정보나 뉴스 의제에 대한 공통 인식을 갖기 어렵다. 사람들이 토론할 공적인 문제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면 민주주의를 지탱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회적 쟁점을 놓고 토론할 때 각자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정보의 출처와 내용이 전혀 다르다면 정상적인 논의가 가능하겠는가? 게다가 중앙의 대형 언론사를 제외한 지역 신문의 퇴출과 지역 텔레비전 방송국의 소유권 집중은 특히 지역 뉴스의 이용성과 가치를 떨어뜨렸다.

이러한 환경에서 음모론이나 부정확하고 매우 편향된 정보의 지속적인 확산은 객관적 정보 또는 진실을 구별하는 시민의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는 모든 미디어에 대한 불신, 숙명론, 일부 이용자의 이탈 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적 신뢰의 상실은 실제로 사회적 대화를 심각하게 가로막고 정치적 분열을 증폭시켜 결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신뢰의 상실을 권위주의 정권이나 독재 세력들이 반긴다는 사실이다. 권위주의 정권 또는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실제로는 대중 독재적 행태를 일삼는 집단의 목표는 견제받지 않는 자신의 권력에 대해 대중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객관적인 진실을 찾아내 위선적이며 왜곡된 정보를 걸러내는 대중의 능력이 떨어지기를 원한다.

한국의 경우, 네이버라는 독점적 플랫폼이 실제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아니면서 대다수 국민이 똑같은 뉴스를 접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여론 형성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독점적 플랫폼이 대중의 뉴스 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객관적인 정보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중이 편견 없는 의견을 형성하지 못함으로써 맞게 되는 신뢰의 상실은 자유민주주의의 상실로 이어진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막지 못한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된 기술은 어떠한 정보 제공 기술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어떻게 사용하고, 누가 그것을 통제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를 발전 또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세계적으로 이러한 기술을 지나치게 소수가 통제하고 있다. 기술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은 물론 정치적 영향력까지 장악할 수 있는 권력을 이들 소수가 대중과 나누려고 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권력이 소수의 손에 집중될 때 그 결과가 어떨지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논설심의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