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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주요 산유국 23개국으로 구성된 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월례 장관급 회의를 연 후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감산폭이다. 이에 따라 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4185만 배럴로 줄어들게 됐다.
압둘라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이번 결정이 세계 경제와 석유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한 전망에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유가는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6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이에 OPEC+이 원유 수요 둔화로 인한 유가하락 방어에 나선 것이다.
다만 상당수 OPEC+ 회원국이 현재 생산 기준치에 못 미치는 원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감산량은 하루 90만 배럴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외신들은 진단했다.
산유국들이 대규모 감산에 합의하면서 유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4달러(1.43%) 오른 배럴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격은 3일 연속 올라 지난 9월 14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랜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1.57달러(1.7%) 오른 배럴당 93.37달러에 마감했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뤼스타드 에너지의 미주 책임자인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는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미국 내 상당 지역에서 석유 가격이 10%가량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를 잡는다며 인권 문제에도 사우디아라비아행까지 감행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번 결정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안정세를 되찾은 점을 주요 업적으로 꼽아왔다.
이날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정부는 OPEC의 에너지 가격 통제를 축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수단과 권한에 대해서 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난 5월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 법안을 백악관이 지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 법무부는 OPEC+ 국가들에 대해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아울러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것과 단기에 국내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추가 조치가 있는지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