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들이 나서는 국제야구대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선수 선발을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가 최근 대표팀 구성을 놓고 한 발언이다.
2006년 처음 개회된 WBC에는 현 국적 기준이 아닌 부모·조부모·출생지 기준으로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독특한 규정이 있다. WBC 참가 선수는 조부모와 부모 중 한 명의 국적으로 출전하거나 시민권과 영주권을 보유한 나라의 대표로도 출전이 가능하다. 이 범주에 속하는 한국계 미국인 선수로 데인 더닝(28·텍사스 레인저스), 미치 와이트(28·LA 다저스), 타미 에드먼(27·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꼽힌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순혈 고집을 버리고 세계화에 발맞춰 문호를 적극 개방하겠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갈수록 뒷걸음질 치는 야구대표팀이 한국계 메이저리거들을 끌어안겠다는 이유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하락한 프로야구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제대회 호성적이 절실하다. 그러나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에 시달렸던 지금의 대표팀 전력으로는 당장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표팀 합류가 거론되는 한국계 선수들의 기량이 대표팀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수준인지 의문이 생긴다. 더닝과 와이트의 실력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중간으로 평가된다. 입지가 확실하지 않은 투수들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에드먼 역시 팀 내에서 유틸리티 선수에 가깝다. 이들을 대표팀에 합류시키기 위해서는 본인들의 동의와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또 이들이 합류하게 될 경우 몇 안 되는 국제대회 경험 기회마저 잃게 될 국내 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야구가 순혈주의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화제를 불러 모을 만한 일이다. 상징성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흥행 침체와 국제 경쟁력 약화에 직면해 허우적대는 한국야구의 절박한 현실이 묻어있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