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너도나도 ‘알짜’ 사업 물적분할에 나서면서 논란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물적분할은 주주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다. 분할되는 회사 지분을 기존 회사가 보유해 최대주주가 지분을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도 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그 자본금을 늘리는 부담은 고스란히 투자자들 몫이다.
임직원의 무책임한 태도도 눈에 띈다. 상장 직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며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태도 적지 않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코스닥 상장사 임원 중 절반은 스톡옵션 행사로부터 1년 이내에 주식을 처분하고, 특히 3분의 1은 전량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직원의 횡령도 연초부터 일반 투자자들을 망연자실하게 했다.
하찮은 존재지만 지룡도 밟으면 꿈틀한다. 일반 주주들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세력을 키워온 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졌다. ‘세이브 코스피’ ‘K-주주운동’ 등이다.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아 주주들의 불만이 치솟았다. 배당은 회사 설립 후 8년이나 지난 1610년에야 실시됐다. 당시 주주들도 팸플릿을 통해 자신들이 당한 부당함을 알리는 소액주주운동을 펼쳤다. 400년 전 이야기지만 최근 벌어지는 우리 시장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들은 투자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두려워해야 한다. 단순히 일회성 자사주 매입 및 배당 확대 등으론 어림없다. 일시적인 주주 달래기는 주주 저항과 냉정한 시장 평가를 부를 뿐이다. 주주들의 목소리는 한 곳을 향한다.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주주도 수혜를 누려야 한다.” 여기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좌우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