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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에서 부적절한 국가 소개 자료 화면으로 큰 비판을 받았고, 축구 경기 중 자책골을 넣은 상대 팀을 향해 ‘고마워요’ 자막을 넣어 물의를 빚었다. 국내는 물론 외신까지 한 목소리로 이같은 행태를 문제삼자, 결국 박성제 MBC 사장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및 개선을 약속했다.
일부에선 MBC가 지난 1월 스포츠 프로그램 중계·제작 기능을 자회사인 MBC플러스에 이관한 게 문제의 시발점이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조직간의 내부 갈등과 더불어 지상파에 비해 자막 표현 등이 비교적 자유로운 MBC플러스의 분위기를 미처 거르지 못한 게 주된 이유였다는 설명이다.
원인으로 제시된 무분별한 화면 삽입과 자막 사용은 MBC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다른 방송사도 남발하고 있어서다. 비단 스포츠 중계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시청자들은 이른바 ‘밈(Meme)’으로 불리는 온라인 유행어와 이미지 혹은 개그 코드에서 비롯된 자료 화면과 자막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적절한 ‘밈’의 활용은 TV 보기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말초적인 재미를 위해 아무런 생각없이 쓰이면 도리어 반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MBC의 도쿄 올림픽 중계 방송과 관련된 논란은 바로 후자에 해당된다.
최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미군의 무기를 챙긴 것을 보도하는데 있어, 국내 일부 언론이 기사 제목에 ‘줍줍’이란 게임 용어를 쓴 것도 비슷한 맥락의 사례다.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마치 컴퓨터 전쟁 게임을 해설하듯이 전한 게 과연 올바른 표현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플랫폼은 많아지고 콘텐츠간의 경쟁은 더욱 심해지면서, 시청률 다툼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요즘이다. 보는 이들의 시선을 한번이라도 더 끌어당기기 위한 노력을 뭐라 탓하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창작물이 끼칠 영향력에 대해 늘 고민하는 마음가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데 있다. 매체 종사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쓴 자료 화면 하나, 자막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늘 되새기고 올바른 의미의 ‘자기 검열’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