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가상화폐 시장이 건전한 투자의 장이 아닌 투기판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재미 삼아 만든 것으로 알려진 가상화폐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 힘입어 지난 17일 국내에서만 코스피 하루 거래액을 뛰어넘었다. 20일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아로와나 토큰’의 경우 상장 직후 1000배 이상 급등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도 칼을 뽑아들었다. 지난 16일 정부는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6월까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경찰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출금 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재부와 금융감독원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 경찰은 가상자산 불법행위 유형별로 전담부서를 세분화해 단속에 더욱 힘쓰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시장 과열에 따른 불법 행위 처벌에는 유효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투자자 보호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우후죽순 난립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안전성 등을 검증하는 책임은 국가가 아닌 민간 은행들이 떠안고 있다. 현행 가상화폐 관련 법률과 제도가 시장규모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불법 행위 단속 외에는 가상자산 광풍을 다룰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가상화폐로 얻은 소득 중 25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 20%의 세금이 부과된다. 투자자들은 세금을 내는 만큼 투자 과정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도 있다. 정부의 가상화폐 제도화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