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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당론을 내세운 민주당이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하는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회가 심의 과정과 대화, 협상 기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여당 주도의 ‘입법 속도전’은 ‘여당 혼자 일하는 국회’가 돼 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임대차 3법은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인 주거권과 연결돼 있다. 계약갱신 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 국민 삶과 직결된 법안들이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견제 없이 여당 일방으로 통과시킨 법안은 향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민주당 내 소신파인 김해영 최고위원은 “오랜 기간 당연하다고 여겨져 온 의제일수록 그 의제가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백지상태에서 검토할 용기가 정치인에게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입법 과정은 법안 처리만을 위한 게 아니라 공론화 과정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일방 독주가 이어지다보니 국민적 공감대가 떨어지는 실언도 잇따르고 있다. 야당 초선인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본회의 연설에 대해 여당에서는 “이상한 억양”이라면서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전세에서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는 등의 다소 국민적 정서와는 동 떨어지는 발언들이 튀어 나왔다. 당사자들이 황급히 해명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2주택에 1상가 소유자이거나 서울에 집을 2채나 갖고 있으면서 ‘월세 코스프레’ 하는 민낯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여당 독주를 ‘관망’만 하고 있는 제1야당 통합당의 태도도 온당치 않다는 국민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와 여당에 ‘입법독주’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아무리 상대가 밉고 협상이 쉽지 않더라도 국민을 대신해 정책을 꼼꼼히 따지고 꼭 필요한 정책이 뭔지 머리를 맞대려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소수든 다수든 국회에 여야가 존재하는 것은 민의를 잘 수렴해 서로 협상하고 합의를 도출해 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