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을 넘어 힘겹게 탄생한 공수처가 국민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부정을 저지르는 고위공직자들을 ‘정권의 비호’ 아래에 감싸는 대신, 엄벌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공수처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과는 엇나가는 방향으로 공수처가 운영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공수처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지명하는 과정을 거쳐 공수처장이 임명된다.
그러나 공수처장을 추천하는 과정에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법무부 장관의 입김도 들어갈 뿐더러 여당의 편에만 선 야당의 추천도 존재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의 최종 임명도 요식행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공수처장이 정치적 중립이 완전히 보장받은 상태라고는 보기 어렵다.
웃옷을 벗어 흔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외부에서 흔들려는 시도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고 비유한 전직 검찰총장의 우려처럼 공수처도 또 하나의 ‘나쁜 검찰’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최근 남기명 공수처 준비단장이 시중은행의 사외이사를 맡기로 했다가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철회하는 등 잡음이 일어난 바 있다. 부디 공수처장 추천에 나서는 추천위원회에서는 잡음 없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과정을 밟아 초대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주길 바란다. 인사권자에게 은혜를 갚아줄 사람이 아닌, 정치적 중립을 지켜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줄 인물을 추천해주길 기대한다. 올바른 선례가 튼튼한 제도를 뿌리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