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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저성장의 덫’ 벗어나려면 특단의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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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승인 : 2019. 12.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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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산업부 기자
우리나라 경제의 주춧돌인 수출이 12개월 연속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줄어든 441억달러(약 51조7000억원)에 그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연간 기준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성장률 저하에 신음하는 우리 경제가 수출부진 장기화로 생산·소비·투자가 동반하락하는 ‘트리플 마이너스’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란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에는 주력산업인 반도체·석유화학 업종 부진 여파에 이례적으로 감소율이 14%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정부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대(對)중국 수출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고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도 아직은 제한적이라는 점이 희망 섞인 전망의 근거다. 지난 10월을 수출의 저점으로 판단하고 내년 1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내외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일본정부의 일관된 대(對)한국 수출규제 기조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16일 한·일 외교·통상당국이 3년 만에 재개하는 국장급 ‘수출관리정책대화’에서 타협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피해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

각종 경제지표도 암울하기만 하다. 국내총생산 물가(GDP 디플레이터)는 올 3분기 -1.6%로 20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고 GDP 성장률은 0.4%에 불과했다. 외부요인이 없음에도 경제가 활력을 잃고 성장동력이 위축되는 구조적 침체의 전형적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은 1%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민간소비도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는 6년 만에 최저치인 1.9%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는 수출 불황에 따른 내수 위축이 다시 생산·투자 감소를 야기하는 ‘저성장의 덫’에서 헤어나오기 위해서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내년 무역금융을 2조3000억원 이상 확대한다지만, 재정 투입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수출 감소는 대외 경제적 상황에 따른 영향도 있으나 우리나라 주력상품의 가격경쟁력 하락 탓이 크다. 정부는 기업의 고비용 구조를 심화시키는 정책에서 벗어나 고비용 구조 개혁에 나서 난국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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