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단기간 수억이 오른 시세차익은 그 자체로 불로소득으로 이를 반영한 세금을 ‘폭탄’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종부세는 극히 일부 고가 부동산 소유자에만 부과되어 ‘서민 전가론’을 펼치는 것도 맞지 않다.
공시지가 9억원 이상의 주택에 적용하는 종부세는 지난해와 올해 시세상승으로 공시지가도 오르면서 전체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지난해 46만6000명에서 6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에 비해 13만 명 이상이 늘어난다 해도 전체 2016만 가구 중 3%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1940만 가구는 종부세와는 거리가 멀다.
종부세는 국세로 조세형평성 제고와 부동산 투기억제, 지방 균형 발전 등의 다중목적을 가진 세제다. 소수계층에 부동산이 집중되는 것을 완화하고 거둬들인 세금은 지방 등으로 내려 보내 조세형평과 지방 균형발전을 돕는다.
우리나라가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선진국에 비해 낮고 자산불평등은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종부세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해 말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나라의 부동산 자산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은 파악 가능한 OECD 13개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며 종부세 및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우리나라 보유세 부담률은 2015년 기준 0.16%로 이는 OECD 13개국의 부동산 자산총액 대비 보유세 부담률 평균인 0.33%에 비해 현저히 낮다.
최근 부동산 시세 상승세는 가파르다 못해 어지러울 지경이다. 서울 마포구 래미안 푸르지오(114.72㎡)는 공시가격이 2018년 8억에서 2019년 10억으로 올라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부과대상이 되어 22만1000원을 납부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실거래가는 17억8000만원으로 10억원의 공시지가 보다 무려 8억원 가까이 높다. 18억원 가까이 되는 집을 안고 있으면서 22만1000원의 종부세를 폭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재산세 등을 합쳐 보유세가 전년보다 100만원 가량 오른다 해도 가만히 앉아 8억 가까이 불로소득을 얻은 것을 생각하면 지극히 낮은 세금부과율이다.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의 경우 지난해보다 종부세가 두 배 이상 증가해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수억의 시세 차익에 비해 종부세는 0.01%도 안 된다. 지난해 10월 23억 원에서 올해 25억 원으로 실거래가가 치솟은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84.94㎡)의 종부세는 지난해 69만 원에서 올해 163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 무주택자가 절반 이상인 상황에서 20억원 대 자산가가 ‘서민’일 수는 없다.
단기간 수억의 시세 상승을 기대하면서도 그에 100분의 1도 안 되는 세금이 부담되는 소득수준이라면 집을 팔아야 하는 게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다. 진짜 서민들은 소득이 줄면 차를 팔거나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등 가계 규모를 줄인다.
정부의 억제정책에도 시세 오를 것을 기대하며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다주택자들과 최근에는 계약한 것을 무르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오른 시세만큼, 또 보유한 주택만큼 선진국 수준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둬들인 세금을 다수의 국민과 지역에 이롭게 쓰는 게 합리적이고 공평한 사회로 가는 길일 것이다.
조세형평은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가 된 불평등·불공정 구조를 해소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