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수많은 저서·논문 등에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그가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수장 후보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가 얼마나 큰지 가늠케 한다.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가 강한 만큼 치명적인 부적격 요인이 없다면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결국 장관직을 놓고 ‘앙가주망(engagement·지식인의 사회참여)’을 외친 조 후보자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많은 이들이 검찰 권력이 방대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부터 국회는 검찰개혁 자체에는 동의했고 실제로 올해 검찰개혁의 큰 줄기인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검찰개혁에 대한 검·경 두 사정기관의 입장 차이가 커 대립·갈등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수사권 조정 심포지엄’에 참석한 기자는 두 기관의 관계자들이 날 선 목소리로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며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며, 갈등의 골이 그 어느 때보다도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문제를 누구보다 심각하게 생각했던 인물이 조 후보자다. 조 후보자는 2005년 ‘현 시기 검찰·경찰 수사권조정의 원칙과 방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필요한 것은 검·경 간 상호 흠집내기식 비난이 아니라, 이 문제와 관련된 각 주체들의 상호 이해와 타협”이라며 “이 결단의 기초는 다름 아닌 양 기관이 어렵게 합의한 내용이 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기관이 합의하지 못한 개혁은 옳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찰개혁이 시대적 흐름에 의한 국민 다수의 열망이라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이 무거운 책임을 이끌고 갈 조 후보자가 본인이 앞서 밝힌 것처럼 양쪽의 목소리를 최대한 존중해 국민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해주길 기대한다. 학계 출신들이 중용되는 현 정부에서 조 후보자가 제대로 된 앙가주망을 실천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