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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2월 갤럭시 폴드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전에 없던 모바일 카테고리를 여는 제품’, ‘신기술과 신소재를 적용한 새로운 폼 팩터의 기기’라고 정의했다. 당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호평이 쏟아졌고 세계 최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에선 4월 예약판매 시작 후 하루 사이 초기 물량이 소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갤럭시 폴드는 같은달 26일 미국을 시작으로 5월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화려한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출시에 앞서 갤럭시 폴드를 사전 리뷰한 블룸버그 등 현지 매체가 디스플레이 결함을 제기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결국 지난 4월 23일 갤럭시 폴드의 글로벌 출시 계획은 잠정 연기됐다. 이달 초에는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직접 나서 실수를 인정하며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 출시 시점을 재차 밝힌 것은 ‘침묵의 3개월’이 지난 이달 25일이다. 화면 보호막을 베젤(테두리) 밑부분까지 덮어 2㎜ 내외 틈을 없앴고 힌지 상·하단에 보호캡을 씌워 이물질로부터 제품을 보호하도록 해 단점을 보완했다.
출시 연기 당시 브랜드 이미지·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했음에도 삼성전자가 과감한 결단을 내린 이유는 품질 논란 지속에 따른 막대한 타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2016년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있었을 것이다. 당장 체면은 구겼지만, 실적 등 더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2010년 6월 갤럭시S를 처음 내놓으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이후 약 10년 동안 끊임없는 혁신과 과감한 투자로 시장을 이끄는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다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갤럭시 폴드는 그동안 ‘패스트 팔로어’로 불리던 삼성전자를 진정한 의미의 ‘퍼스트 무버’로 이끌 수 있는 제품인 만큼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