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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서프라이즈’에 뺨 맞은 미국...대북정책 ‘게임체인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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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 기자

승인 : 2016. 01. 06. 15:05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 발표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에 나서도록 ‘선택지’를 좁히겠다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와중 북한이 초대형 도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폭탄은 공식 핵보유국, 다시 말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미·영·프·중·러) 외에는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느끼는 당혹감이 더욱 커 보인다.

1기 행정부가 취임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겪고,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 만에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경험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임기를 불과 1년 남겨놓고 또다시 북한으로부터 ‘당한’ 형국이 됐다.
미국 차기 대선의 공화당 경선주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이날 “(북한의 수소탄) 실험이 확인된다면 이는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외교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가 될 것”이라고 오바마 행정부에 즉각 책임을 돌렸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의 이번 수소탄 핵실험이 과연 ’실제‘로 이뤄졌느냐이다. 만일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9·19 공동성명에 근거한 기존 북핵 정책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는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핵분열 방식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넘어 핵융합 방식을 통해 보다 가공할 위력의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확인과 검증이 쉽지 않지만, 만일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6자회담의 근본 틀이 바뀌고 각국의 북핵 정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이번 수소판 핵실험의 진위가 당장 검증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까지 어떤 외부 채널도 북한의 주장을 검증하지 못 했다.

그러나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미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에 쓰이는 방사성 물질을 확보하고 이를 기존 핵무기의 폭발력을 늘리는데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수소폭탄‘ 언급을 했을 당시 북핵문제의 권위자인 제프리 루이스 미국 비확산센터(CNS) 소장은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에 쓰이는) 중수소나 리튬6와 같은 물질을 이용해 기존 핵무기의 폭발력을 증강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기본적인 핵실험을 영원히 계속할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핵보유국을 지향하는 모든 국가들이 기본적인 핵실험 방식인 핵분열뿐만 아니라 핵융합 방식을 통한 핵폭탄도 자연스럽게 개발하는 경로를 거친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방문연구원은 지난달 16일 “북한이 2020년에 가면 100 킬로톤(kt)의 폭발력을 가진 수소폭탄을 배치할 수 있다”고 발언해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100킬로톤은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핵폭탄 위력의 5배에 달하는 것이다. 위트 연구원은 “통상 수소폭탄은 2단계로 구성되나 북한이 2020년께 배치할 것으로 보이는 수소폭탄은 그보다는 기술 수준이 낮은 1단계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2단계 수소폭탄 개발에도 상당한 진전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위트 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발표에 대해 일정수준의 ’신뢰‘를 보내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이번 수소탄 핵실험이 핵능력을 증강하려는 ’기술적 목적‘ 외에 대선 정국에 돌입한 미국 조야의 관심을 끌어내려는 ’정치적 목적‘도 동시에 띠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통상 하루 이틀전 미국과 중국에 ’사전통보‘를 해주던 관행을 뒤집고 ’서프라이즈 실험‘을 한 것도 관심끌기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임기 1년을 남겨둔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미국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북한과 북핵문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이 핵과 경제개발이라는 ’병진노선‘을 고수하는 상황에서는 대화로도, 압박으로도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회의론이 팽배해 있다.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평화체제 논의를 비롯해 당면한 현안들을 일거에 해결하고 싶어하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이번 발표가 ’전략적 인내‘로 통칭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압박 우위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임기말 오바마 정부에게 북핵문제가 새로운 긴급 현안으로 부상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오는 12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소식통들의 보고 있다.
이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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