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품에 무용적 요소 담겨...이강소 만나고 싶다"
|
서울 용산구 녹사평의 작은 공간에서 유럽 미술계의 주요 아티스트들을 소개해 온 에스더 쉬퍼가 이번에는 젊은 작가 토미야스 라당(31)의 아시아 첫 개인전 '올드 소울-뉴 소울'(Old Soul-New Soul)을 선보이고 있다.
라당은 프랑스령 식민지였던 카리브해 서인도제도의 섬나라 과들루프 출신이다. 과들루프섬과 프랑스를 오가며 자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춤에서 비롯된 몸짓을 중심으로 회화, 조각, 퍼포먼스.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3세계 시민들의 아픔을 들려주는 작업을 해왔다.
라당의 작품에서 '춤'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2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라이벌'이라는 그의 영화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직접 안무를 짜고 출연도 했다. 라당과 안무가 앙드레지 비디아맘부가 주인공이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타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도시 곳곳을 헤매며 고군분투하는 이민자로 그려진다. 두 라이벌은 서로 견제하며 부딪히지만, 점점 춤으로 소통하고 유대한다.
|
전시 개관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라당은 "나의 모든 작품들은 무용적 요소를 담고 있다"면서 "순간적인 동작을 통해서 작품을 만드는데, 마치 즉흥 연극 같은 작업이다. 나 자신을 놀라게 하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작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춤은 인류의 첫 번째 몸짓이라 생각한다"며 "몸짓이나 표정을 통해 그 사람의 기분이나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작품을 통해 몸짓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대담하고 역동적인 붓질로 그려낸 라당의 작품 속 인물들은 화면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로 흑인이며, 근육질의 다부진 몸을 지녔다. 다양한 춤 동작을 취하고 있는 인물의 형상에서는 강렬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작가는 섬세함과 격렬함을 넘나드는 몸짓을 통해 상대와 대화하고 영적 교감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라당의 회화들은 관객을 춤과 몸짓의 세계로 안내한다. 위태로워 보이는 춤사위를 펼치는 댄서들의 모습에서,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황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과달루프 사람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라당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방문해 이강소 화백의 전시를 봤다고 했다. 그는 "이강소의 전시를 보고 공통점을 많이 발견했다. 그를 만나보고 싶고 협업해서 작업하고 싶다"고 전했다.
라당의 개인전은 12월 14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에스더 쉬퍼 서울이 한남동으로 이전해 내년 1월 중후반에 새롭게 개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