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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해외공관에 “탈북자 매장 위한 여론전 펼치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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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4. 11. 12. 16:27

통일부, '北외무성-재외공관 간 전문 12건' 공개
리일규 전 주쿠바 참사관 탈북 당시 복사해 입국
北 "사회정치적 매장 위한 여론전 드세게 벌리라"
"탈북 증언 들먹이면 상대조차 못한다는 인식 갖게"
'철창 속 김정은'…북한인권 검토 앞두고 스위스 北대표부에 광고
북한인권 전문 민간단체 PSCORE는 이제석 광고연구소와 공동으로 북한의 인권탄압에 항의하고 그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공익 광고 포스터를 제작해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북한 대표부 철제문에 부착하는 공익 캠페인을 벌였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사진은 6일(현지시간) 북한대표부 철문에 광고 포스터를 붙여놓은 모습. 부착된 광고 포스터는 수의를 입은 김 위원장이 철창 속에 갇힌 듯한 모습과 함께 '한 명만 구속되면 수백만 명이 해방될 수 있다'는 의미의 영문 글귀(ARREST ONE, SAVE MILLIONS)가 담겼다. /제공=이제석광고연구소
김정은이 참혹한 북한인권 실상을 감추고, 체제 유지를 위해 탈북자들을 겨냥해 "사회정치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여론 작전을 강하게 실시하라"고 해외 공관에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12일 '북한 외무성-재외공관 간 전문 12건'을 공개했다. 문서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2016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유엔에서 논의된 북한인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유엔 북한 대표부에 이 같은 지침을 하달했다. 해당 문건은 리일규 전 주쿠바 북한참사관이 지난해 11월 탈북 당시 관련 기밀사항을 직접 복사해 한국으로 가져왔다.

2017년 1월 하달된 외무성 지침엔 "탈북자 증언의 허위성을 폭로하라"며 이들을 매장하기 위한 여론전을 강하게 벌이라고 나와 있다. 약 1년 전 외무성이 "시민사회, 탈북민 단체들의 활동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대응하지 않되 필요한 경우에만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지시한 것과 비교하면 대응 수위가 대폭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당시 태영호 전 공사가 2016년도에 탈북했기 때문에 더욱 경각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본다"며 "당시 엘리트층 탈북자들이 늘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의 활동이 풍성해질 무렵이라 탈북자들에 대한 경계심이 더 짙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리일규 전 참사관이 가져온 원문엔 "탈북자 증언의 허위성 폭로하고 악질 탈북자들 사회 정치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여론 작전 드세게 벌리면서 탈북자 우려먹으려는 사소한 시도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쳐갈겨 적들은 물론 인권기구들이나 제3자들도 탈북자 증언 들고 다니다가 우리와 상대조차 할 수 없다는 인식 똑바로 가지도록 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구체적인 실명이나 단체명은 거론되지 않았다.

2019년 2월 지침엔 "40차 인권이사회 북한인권 논의에 대응해 인권이사국 쿠바와 사전 협의할 것", "서방의 인권압력을 받고 있는 국가들을 접촉해 이들의 반발심을 자극하고 연대를 형성해 결과를 보고할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어 4월엔 북한과 우호 관계국인 중국·쿠바·미얀마 등에 유엔 UPR(보편적 정례인권검토)에서 지지발언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결과 보고를 주문했다.

당시 김정은은 유엔 장애인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하는 등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비판을 완화하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외교관들에겐 이러한 양면 전술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권 논의 자체를 '한·미와 서방 선진국들이 북한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프레임', '선진국 대 개도국간 갈등 양상'으로 포장해 인권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기 위한 노력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북한인권 논의 확산을 계기로 우방국들이 줄고 있다고 판단하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북한인권 토론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느낀 것"이라며 "북한은 대화·협력을 통한 인권문제 해결을 주장할 뿐, 실제로 대화와 협력의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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