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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車·배터리 ‘초긴장’… 누가 집권해도 韓산업 흔든다 [2024 미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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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입성땐 정책 유지되고 투자↑
트럼프 재집권시 IRA혜택 폐지 전망
현대차·삼성 보조금·세제 혜택 기로
철강업계는 강력한 관세 장벽 타격
전문가 "본질적인 정책 흐름은 유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산업계가 그 파장에 귀추를 주목 중이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냐,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냐에 따라 첨단 제조업과 수출 위주의 우리 기업들 중장기 전략을 바꿔야 할 판이라서다. 동맹국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손을 잡고 중국을 견제, 신재생에너지 기조를 이어가는 기존 행정부와 비슷한 결의 해리스,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통에너지원을 지키고 징벌적 관세폭탄을 무기로 자국에 대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의 정책 노선 차이에서의 줄타기다.

◇미래 패러다임 쥔 '전기차 캐즘' 길어질까

5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캐즘(일시정체)의 장기화 여부가 이번 선거에 달렸다. 전기차 투자 속도와 전략을 결정해야 하는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삼성과 SK, LG까지 국내 대표 대기업들이 차기 먹거리로 삼은 배터리도 미국에 터를 잡고 대규모 투자가 단행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 국내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일단 이들 기업들이 주목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조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전기차 세액공제 조건 변화를 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IRA 관련 혜택이 폐지 혹은 축소되고 세계 배터리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봤다. 다만 대중국 견제로 한국의 현지 점유율은 상승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해리스 집권 시 IRA 정책은 유지하고 주요 기업들의 미국 생산 및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선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너무 많은 투자에 나선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대비가 돼 있었다면 지난해까지 미국에 증설을 이렇게 많이 했을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재집권해서 IRA를 폐지한다고 해도 미국 상하원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관련 절차도 있어 단번에 결정 나지 않는다. 절차에 걸리는 시간 내 우리는 정치적, 경제적, 산업적인 부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車·반도체, 트럼프 당선 시 '美 자국 보호주의' 압박 커질 듯

자동차 산업은 해리스가 당선되면 기존의 전기차 지원이 특별한 이변 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트럼프 집권 시엔 전기차 생산에 타격이 가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우리 기업들은 생산 설비 조정 등을 통해 전기차 비중은 줄이고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의 생산량을 늘리며 대응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분야에서 두 후보 간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대목은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이다. 칩스법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64억 달러(약 8조8000억원),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의 연방 보조금과 각종 세제 혜택을 받기로 돼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 시 기존 반도체 보조금 지급안이 전면 철회되거나, 보조금 액수가 줄어들 것이란 게 반도체 업계 우려다. 또한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대신 미국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하거나, 핵심 기술을 이전할 것을 요구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양당의 반도체 산업 정책은 기본적으로 자국 우선주의란 점에서 같다"며 "다만 선거 기간에 나온 발언 등을 감안할 때 트럼프 당선으로 당장의 리스크가 더 커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철강, 누가 돼도 타격…미국 우선주의에 대비 필요

미국 러스트벨트의 상징이자 트럼프의 표밭이라 불리는 철강산업은 트럼프 당선시 강력한 관세 장벽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가 당선돼도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업계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최근 들어 미국이 수입 제품에 의존을 많이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철강 선진국이었다. 다시 자국 철강 경쟁력을 높이려는 추세"라며 "이에 따른 전체적인 수입량이 줄어드는 건 우리가 우려할 만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이 실장은 트럼프 당선 후 결과에 대해 "현재 대미 무역 흑자가 지속되는데, 이를 압박하고자 전반적인 관세 정책 혜택이 누출되거나 관세 자체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품목이 현지에서 부족한지 아닌지에 따라 오히려 피해가 없을 수도 있어 사전 파악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실장은 해리스 당선 시, 탄소 무역장벽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전반적인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 본다. 여기에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이 미국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강도 달라진다… 화학·재생에너지도 '안갯속'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친환경 정책 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정책 강도가 떨어지면 기존 화학산업이 되살아날 것이란 가능성에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안심할 수 없는 것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른다. 중국의 과잉 제재가 들어갈 시, 중국 시장에 가장 영향을 받는 우리 화학업계로선 중국의 추후 반응에 따라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해리스 후보는 과거 환경 영향을 이유로 셰일 에너지 금지까지 주장했을 만큼 기후변화 대처에 적극적인 반면, 트럼프 후보는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을 만큼 재생에너지에 비판적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관련 정책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트럼프라 하더라도 기존 보조금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순 없을 것"이라면서 "IRA 폐지 주장에 대해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이 매우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으며, 미국 현지 생산시설 건설로 여러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대 교수는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트럼프 4년, 바이든 4년 동안 일정한 흐름을 쫓아오고 있는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런 본질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면서 "대중국 견제 및 미국 중심의 무역정책 시행, 그리고 보호무역조치 강화 움직임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안소연 기자
김정규 기자
김한슬 기자
최지현 기자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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