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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영 TV아사히는 28일 이번 총선에서 단독과반 의석(233석) 확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자민당 내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이달 초 공식 취임한지 여드레 만에 중의원을 해산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전임 기시다 정부 시절 불거졌던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발 역풍을 잠재우지 못했다. 특히 스캔들에 연루돼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가 소속한 당 지부에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한 사실이 언론에 의해 공개돼 선거를 망쳤다는 원성까지 듣고 있다.
일단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은 당 4역 중 한명인 고이즈미 신지로 선거대책위원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시바 총리는 연말까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굵직한 국정 이슈가 남아 있어 당분간 유임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요미우리신문도 이시바 총리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대신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국민민주당에 연립정부 참여를 제안하는 등 정권 유지에 초점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자민당이 15년만에 연립정부 파트너 공명당을 포함한 합산 의석수에서도 과반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둔 것은 이시바 총리에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밀려 탈락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당담상에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총선 참패 이후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는 당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이시바 총리를 상대로 압박을 가하며 후임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이날 "이번 총선 패배로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권위가 훼손된 이시바 총리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다카이치 전 경제담당상이 다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영국 타임즈의 분석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산케이는 지난 8일에도 다카이치 전 경제담당상이 향후 '반 이시바' 세력의 기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아소 다로 전 총리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아소 전 총리가 지난달 총재 선거 때 다카이치 전 경제담당상을 밀어준 만큼 앞으로도 그의 '뒷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소 전 총리는 자신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재임 기간이 1년 정도였다면서 "이시바는 더 짧을 것"이라고 말하고서 다카이치 전 담당상에게 "동료를 만들어 놓아라"라고 조언했다는 이야기도 현지 매체들에 의해 전해졌다.
반면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됐던 옛 아베파 의원들의 절반 이상(62%)이 낙선돼 다카이치 전 경제담당상 등 반 이시바세력에게 힘 실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