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무고’ 느는데 논의는 제자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19010010883

글자크기

닫기

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09. 22. 15:00

1975년 시행 이후 큰 개정 없이 유지
양형기준 그대로…대부분 집유·벌금 선고
법조계 "다양한 사례 맞는 기준 마련돼야"
"정책 도입 전 통계 집계부터 선행돼야"
910148976
/게티이미지뱅크
20240621010011632_1718878619_3
#A씨는 애인의 이별 통보에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하다 결국 차단을 당했다. 이후에도 70회에 걸쳐 연락을 시도했고 급기야 경찰서를 찾아가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 "수치심을 일으키는 사진을 촬영했다" 등 허위 내용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법원은 A씨에게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해자가 형사소추를 당하진 않았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B씨는 간호학원을 다니면서 알게 된 다른 수강생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수강생의 애인이 자신을 폭행했다며 거짓으로 고소했다. B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자백한 점, 피(被)무고자가 형사소추되지 않은 점 등이 참작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죄 없는 사람을 허위 신고하는 '무고' 범죄가 매년 늘고 있다. 범죄에 연루됐다는 소문만으로 사회 활동에 큰 타격을 입는 만큼 죄질이 무겁지만, 국민 법 감정을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구체적인 기준 설시 등 법령 정비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22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무고죄 발생 건수는 지난 2017년 3690건에서 2018년 4212건으로 증가한 뒤, 계속 4000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2022년 4976건, 2023년 4809건으로 5000건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형법상 무고죄는 1975년 시행 이후 약 50년 동안 큰 개정 없이 시행돼 왔다. 양형기준 역시 2009년 처음 설정된 뒤 현재까지도 같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형법 156조는 무고죄와 관련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양형기준은 기본 △일반무고 징역 6개월~2년 △특가법상 무고 징역 2년~4년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양형 기준에 비춰 실제 사건 대다수는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이 선고되는 등 처벌 수준이 낮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무고죄 처벌 강화'를 내걸고, 지난해 법무부가 "국민 법 감정에 비춰봤을 때 무고죄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양형위원회에 심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해 6월 양형위는 "현시점에서 무고죄의 양형기준을 변경할 필요성이 적다"며 심의대상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무고죄 양형기준 준수율이 지난 5년 평균 96.5%로 다른 범죄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법조계는 무고죄 근절을 위해서는 처벌 강화와 함께 다양한 사례에 맞는 구체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무고를 저지른 사람 입장에선 신고할 때부터 '상대방을 괴롭힌다는 목적'을 이미 달성한 것이지만, 대부분 징역형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는 게 현실"이라며 "실형이 예상되는 범죄에 대한 무고는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이어 "무고의 경우 사안이나 사례별로 판단해야 할 요소가 많은데 수사기관이 관련 수사를 하면서 내부적으로 무고 판단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처벌 수준이나 유형에 대한 기준을 잡아야 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법령 재정비에 앞서 국가가 무고죄 관련 통계 등 기초데이터 연구부터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형사정책학회도 "공식적인 통계자료에서 성폭력범죄 무고죄 현황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 정책을 도입·집행하기 위해선 적합한 통계구비를 바탕으로 경험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상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