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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국립오페라단 ‘한여름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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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4. 15. 14:40

"한바탕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난 기분"
[KNO] 한여름밤의꿈 드레스리허설(24-0410)_391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의 한 장면./국립오페라단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과 관련한 음악을 이야기하면 아마도 결혼행진곡으로 유명한 멘델스존의 관현악 모음곡 '한여름 밤의 꿈'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환상적인 이야기는 1960년 영국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이 작곡한 오페라로도 존재한다. 흔히 만나는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와는 결이 많이 다른 이 작품을 드디어 국립오페라단이 11~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최초로 공연했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중첩되는 세 개의 이야기에 각기 다른 신분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연출가 볼프강 네겔레가 재현한 이번 오페라는 브리튼의 의도를 잘 포착한 무대였다. 오페라에서 오베론과 타티아나의 권태로운 불화는 나른한 가운데 분절적으로 전개되는 브리튼의 음악과 좋은 조화를 이뤘다. 네겔레는 의상과 무대장치에서 여러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작품 원형에는 크게 개입하지 않아 온전한 브리튼의 오페라로 감상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공연에서 연출자의 의도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데 무대와 조명, 의상디자인의 활약이 컸다. 스테판 마이어가 맡은 무대와 조명은 컨테이너를 연상시키는 오베론과 타티아나의 공간이 마법의 세계가 진행될수록 수풀이 우거지는 폐허로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또, 두 쌍의 인간 연인들이 각자의 침대를 상징하는 이동식 사각형 박스를 끌고 다니며 숲 속을 헤매다 잠에 들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출연자들이 직접 옮길 수 있는 공간의 설정은 복잡한 장면 전환을 쉽게 한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한다. 특히 어두운 숲 속의 여름밤을 표현한 LED 조명의 사용은 세련미의 극치였다.

[KNO] 한여름밤의꿈 드레스리허설(24-0410)_119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의 한 장면./국립오페라단
성악가들은 전반적으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좋은 연주를 들려줬다. 다만, 오베론 왕 역을 맡은 카운터테너 제임스 랭과 오케스트라 음색을 기준으로 봤을 때, 몇몇 성악가들은 벨칸토 오페라와 브리튼 음악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발성 측면에서 이 오페라는 보다 음악극에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조화롭지 않았을까 한다.
이날 화제가 됐던 인물은 요정 퍽 역의 김동완이다. 공연 내내 종횡무진 무대를 누빈 그는 대중음악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인물답게 유연한 동작과 자연스러운 대사 처리로 작품에 녹아들었다. 이번 오페라는 퍽의 마무리 대사처럼 한 편의 환상과도 같은 꿈이었다. 한바탕 기분 좋은 꿈을 꾸고 난 기분이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손수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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