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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영상으로 되살아난 ‘작은 금강’ 칠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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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3. 17. 11:37

국립고공박물관서 5월 26일까지
美 클리블랜드미술관과 함께 선봬
수려한 산세와 기암괴석 압도적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 전경 사진 전혜원
'칠보산도 병풍'을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한 전시 모습./사진=전혜원 기자
"천 가지 만 가지 괴이한 형상이 지금까지 본 그 어떠한 산들보다 뛰어났다. 어찌 하늘은 이리 훌륭한 산을 비밀리에 우리나라에 감추어 두고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모르게 하였단 말인가!"

함경북도의 명소 칠보산에 오른 조선시대 한 선비의 음성이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가로 22m, 세로 4.7m에 달하는 대형 화면에서는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된 칠보산의 수려한 산세와 기암괴석이 펼쳐지며 보는 이를 압도했다. 10분가량 되는 영상이 끝나자 관람객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한 '칠보산도(七寶山圖) 병풍'을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한 전시를 한국과 미국에서 함께 선보인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는 문화재청과 재단이 국외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추진한 최초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업"이라며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도 전시돼 해외에서도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응천 문화재청장(가운데)
칠보산도 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를 관람하는 최응천 문화재청장(가운데)./문화재청
'칠보산도 병풍'은 19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회화작품이다. 칠보산은 조선 전기의 문신 임형수가 1542년 3월에 유람을 다녀온 뒤 남긴 '유칠보산기(遊七寶山記)'가 널리 읽히면서 함경도 지역을 대표하는 명승으로 꼽혀왔다. 10폭 병풍 형태인 이 작품은 가로 460㎝, 세로 185.2cm이다. 누가 그렸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개심사, 회상대, 금강굴, 천불봉 등 칠보산의 주요 명소와 웅장한 산세를 섬세한 필치로 묘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북녘에 있어 지금은 닿지 못하는 곳, 칠보산 일대의 장관을 느껴볼 수 있다. 임형수가 칠보산으로 유람을 떠났던 3월 15일에 맞춰 한국과 미국에서 공개된 영상은 조선 땅에 살았던 선비가 칠보산으로 떠나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배우 류준열이 전시해설(내레이션)을 하고, 클래식과 국악, 대중음악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이 음악을 맡았다. 덕분에 짧은 영상이지만 한 편의 영화처럼 울림을 준다.

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 관람하는 관람객들
15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 칠보산도 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 개막식에서 관람객들이 칠보산도 병풍 영인본을 살펴보고 있다./문화재청
전시에서는 칠보산도 병풍을 비롯해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유산 13점을 소개하는 3차원(3D)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전시는 5월 26일까지, 미국 전시는 9월 29일까지 열린다.

김정희 국외소외문화재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나라 밖 우리 문화유산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 그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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