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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를 인용해 성 추문으로 지난 2018년 교황청으로부터 정직 처분 후 최종 퇴출된 테오도르 맥캐릭 전 추기경이 2001년부터 2018년 사이에 약 60만달러에 이르는 200여건의 수표를 가톨릭 고위성직자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계좌를 추적한 결과 맥캐릭 전 추기경이 수표를 전달한 성직자들은 60명 이상에 달하며 그 중에는 제 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그 후임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포함돼 있다.
맥캐릭 추기경의 당시 성범죄 사실을 조사하고 교회법에 따른 처분 권한을 가진 성직자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처분에 대한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맥캐릭 전 추기경은 특별 계좌를 개설하고 17년에 걸쳐 총 600만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전체 금액 중 일부는 미국과 로마에 위치한 가톨릭 자선단체와 전 세계 분쟁 지역에 전달된 공식기록이 남아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기금 전달 외 두 교황을 포함한 60여명의 추기경과 대주교에게 입금된 내역에 대해서는 그 명목을 확인할 수 없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는 2001년부터 2005년 사이에 약 9만달러가 전해졌으며 베네딕토 16세에게는 그 중 가장 많은 금액인 29만1000달러가 입금됐다. 그 중 대부분의 금액은 베네딕토 16세가 2005년 교황으로 취임한 직후 한 달 사이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전대 교황들까지 포함된 긴 ‘수령자’ 명단에 현재 재임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없다고 전했다.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통화를 활용한 ‘선물’은 교황과 성직자들의 사역과 봉사에 대한 일종의 ‘감사표시’로 교회의 관습”이라고 설명했다.
레오나르도 산드리 교황청 동방교회성 장관 역시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다른 뜻이 없는 순수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 뿐”이라고 말하며 “신성한 자리를 대변하는 추기경들에게 이런 선물은 성직자로서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수령자’ 명단에 올라와 있는 산드리 추기경은 6500달러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 포스트가 공개한 문서에는 ‘수령자’뿐 아니라 2010년부터 2016년 사이의 ‘기부자’ 명단과 금액도 기재돼 있다.
많은 기부자 중 특히 고액을 전달해 눈길을 끈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누나인 매리언 트럼프 배리 전 연방 판사다. 그녀는 맥캐릭 전 추기경의 특별 계좌에 4년 동안 최소 45만달러를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와 관련된 모든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89세인 맥캐릭 전 추기경은 1980년대 두 명의 신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후 금전 합의로 사건을 무마한 전적이 있다. 이후 수년에 걸쳐 신학생과 젊은 사제 및 아동 신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해온 혐의가 드러나면서 자진 사퇴했으며 이후 교황청에서 사제직을 최종 박탈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