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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이란이 국제사회와 체결한 핵합의의 파기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2016년부터 자국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와 함께 발효된 핵합의를 2018년 5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에도 중요 조항을 나름대로 준수해 왔다. 그런 이란이 이날 열흘 후인 27일부터 저농축 우라늄과 파생 중수의 비축량 한도를 지키지 않을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초 이란은 핵합의에 의해 15년 간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단지 평화적 원자력 발전을 위한 핵 프로그램만 운영하기로 했다. 우라늄의 농축과 중수의 발생은 평화적 핵 프로그램에서도 이뤄지는데, 이란은 이 기간 동안 발생하는 농축 우라늄을 최대 300㎏만 국내에 비축하고 나머지는 해외에 매각·처분하도록 돼 있다. 중수는 130t이 한도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되는 지난달 8일 핵합의의 부분적 이행 중단을 선언하며 핵개발 재개를 시사했다. 이란 원자력청(AEOI)의 베흐루즈 카말바디 대변인이 “앞으로 열흘 뒤인 27일이 되면 저농축 우라늄의 저장 한도를 넘길 수 있다”며 “나탄즈 농축단지에서 저농축 우라늄의 농축 속도를 4배 늘렸다”고 말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절대 허용치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개럿 마퀴스 NSC 대변인은 “이란의 구상은 핵 협박과 마찬가지”라며 국제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중동에서의 공중·해상·지상 기반 위협에 대처하는 방어적 목적에서 1000명의 추가 병력 파견을 승인했다”고 밝힌 것의 직접적 대상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지만 이면에는 이란의 핵합의 일부 파기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U는 대응을 자제하는 양상이다. EU는 강력한 제재보다는 여전히 이란의 약속 이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카말바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이 “영국·프랑스·독일이 이란에 국제 금융시스템 접근을 허용하고, 미국의 제재를 피해 원유 수출 손실분을 메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우라늄 농축은 한계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유럽 기업이 이란과 거래를 할 때 미국의 제재를 우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EU가 구축한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Instex)는 의약품·식량·인도주의적 물품에 한정돼 지난 1월 설립 이후 5개월 동안 별 성과가 없는 상태다.
이란의 이번 핵합의 일부 파기 선언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 이후 미온적인 유럽 국가에 압박을 가해 온 이란의 최후 통첩 성격도 있다. 하지만 미국·EU·이란의 입장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해법 모색보다는 긴장이 심화되는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