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맏형 삼성화재 부동의 1위
DB손보, 순익 24%↑2위 탈환
무·저해지 해지율 적용이 변수
|
손보업계 '맏형' 삼성화재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낸 가운데 2위권 경쟁이 치열한 모양새다. 2위인 DB손해보험의 뒤를 메리츠화재가 바짝 추격하고 있어서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DB손보가 앞서고 있지만 상반기보다 격차가 줄었다.
다만 연간 실적에는 금융당국의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는 점이 변수다. 그간 보험사들이 낙관적으로 가정했던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야기했던 해지율 가정이 바뀌면서 올해 4분기부터는 호실적 행진이 멈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손보사 '빅5'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조7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3분기 누적 1조86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 올해도 '2조 클럽'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2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DB손보는 3분기 누적 1조57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3.7% 성장하면서 지난해 메리츠화재에 내줬던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메리츠화재는 같은 기간 15.2% 늘어난 1조492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DB손보를 맹추격하고 있다.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메리츠화재가 495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DB손보(3613억원)를 앞섰다. 이에 올해 상반기보다 양사의 격차가 줄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마지막 남은 4분기 실적에 따라 2위사도 바뀔 수 있는 셈이다.
현대해상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4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늘었다.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1조 클럽'에 재입성했다. KB손해보험은 전년 동기 대비 8.8% 늘어난 74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손보업계가 전년 대비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고 있는 건 장기보험 영업 호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는 게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 바 있다. CSM은 보험계약으로 미래에 얻게 되는 미실현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다.
보험사들은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험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이는 CSM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무·저해지 상품에 대해 보험사가 해지율 가정을 낙관적으로 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무·저해지상품은 납입기간 중 해지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어서 해지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에는 이익이 되는 구조다. 이에 보험사들은 완납 직전까지 높은 해지율을 가정했고, 높은 수익성을 산출했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실제 손보사들의 CSM 잔액은 3분기에도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의 CSM이 14조18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DB손보는 4.5% 증가한 13조1750억원, 메리츠화재는 0.3% 감소한 10조641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9조3215억원, KB손보는 9조3050억원으로 1.3% 늘었다.
의료파업 등이 이어지면서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개선된 점도 수익성 개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일부 보험사들의 투자 손익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누적 투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의 투자이익은 17.8% 늘어났다. 현대해상 투자이익도 1%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보험료 인하, 매출경쟁 심화 등으로 손해율이 악화했다는 점은 실적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3분기까지 호실적 행진을 이어왔지만 4분기에는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최근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연말부터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4분기 실적에 바로 적용이 될 전망이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더라도 수익성이나 건전성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등은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실적 충격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 하는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