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약 6000억원 매출 달성 전망
지포어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 체결
유석진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코오롱FnC) 대표가 코오롱그룹의 중국지주사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그룹이 패션 사업의 중국 공략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특히 그룹에 있어 중국이 중요한 시장인 만큼, 패션 부문의 중국 사업 확장을 계기로 그룹의 다른 계열사 쪽에서도 시너지가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오롱인더스트리만 해도 난징·혜주·소주·상해 등 중국내 네 개의 법인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자회사인 코오롱글로텍도 중국 북경·장가항·청도·염성·충칭·천진 등에 법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은 전날 정기 사장단·임원 인사에서 유 대표를 그룹의 중국 지주사 대표로 겸직 발령을 냈다. 코오롱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수장을 맡고 있는 사장급 임원에 중국 지주사의 대표직을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일반 임원들이 맡아오던 코오롱그룹의 중국 지주사 대표이사(법인장) 자리를 핵심 계열사의 수장이 겸직하게 됐다는 건 의미 있는 사건"이라며 "패션 사업이 중국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오롱FnC는 중국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코오롱FnC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2017년 중국 안타그룹과의 합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이후 '하이엔드 아웃도어'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다.
덕분에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매출은 2021년 1800억원, 2022년 2600억원, 2023년 400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코오롱FnC는 최근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 본사와 중국 시장에 대한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반면 내수 시장에선 소비침체 장기화와 이상고온 여파로 부진을 겪고 있다. 코오롱FnC의 3분기 매출액은 23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9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는 비단 코오롱FnC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성물산 패션·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주요 패션 기업들 모두 올 3분기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코오롱그룹이 유석진 대표에 중국 지주사 대표 자리를 맡긴 것을 두고 패션 사업의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수익성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유 대표는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 구원투수로 활약하며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까지 실적 악화를 거듭하던 코오롱FnC는 유 대표가 2021년부터 운전대를 잡으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당시 유 대표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와이즈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지포어·왁 등 신성장동력이 될 만한 골프웨어 사업에 집중해 온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경영 성과를 인정 받아 유 대표는 두 번의 연임에 성공하며, 2026년 3월까지 코오롱FnC를 이끌 예정이다. 이제 관건은 내수 시장의 매출 부진을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코오롱FnC관계자는 "코오롱스포츠가 중국에서 워낙 잘되고 있는 데다, 지포어의 중국 시장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해 앞으로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며 "이번 유 대표의 겸직 발령은 글로벌 비즈니스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봐달라"고 말했다.